▲ LA 레이커스는 전술 변화로 2차전 승리를 가져왔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농구는 키로만 하는 게 아니었다.

이제 스몰라인업은 더 이상 특별한 전술이 아니다. 현대 농구에서 스몰라인업은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스몰라인업으로 파이널 우승까지 하며 유행에 불을 지폈다. 키는 작더라도 빠르고 슛 거리가 길며 활동량이 많은 5명으로 공간을 창출해 보다 많은 슛 기회를 가져가는 것이 승리를 향한 지름길이 됐다.

휴스턴 로케츠는 이러한 스몰라인업 중에서도 더 극단적이다. 보통의 스몰라인업은 5번 자리에 상대 빅맨을 어느 정도 수비할 수 있는 키 큰 선수가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휴스턴에서 상대 빅맨을 막는 선수는 단신 PJ 터커(198cm)다. 주전 중 키가 제일 큰 로버트 코빙턴은 203cm다. 터커와 코빙턴은 휴스턴에 오기 전까지 주로 스몰포워드로 뛰던 선수들이다.

결국 휴스턴은 가드 3명(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 에릭 고든), 스몰포워드 2명으로 주전을 구성한 셈이다. 보통의 스몰라인업보다도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더 작다.

LA 레이커스는 휴스턴과 정반대의 팀이다. 리그에서 높이가 제일 좋다.

2명의 빅맨을 주전으로 내보낸다. 앤서니 데이비스(211cm)와 자베일 맥기(213cm)가 경기 시작부터 같이 뛴다. 벤치에선 드와이트 하워드(211cm)가 대기하고 있다.

'농구는 키로 한다'라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면 레이커스와 휴스턴의 격돌은 보나마나 한 승부다. 하지만 두 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1차전에서 웃은 건 휴스턴이었다. 112-97로 휴스턴이 15점 차로 크게 이겼다.

웨스트브룩, 하든이 돌파 후 외곽으로 빼준다. 외곽에 있던 나머지 선수들이 3점슛을 쏜다. 휴스턴의 이 공격 패턴은 알고도 막기가 힘들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1선에서 수비를 찢고 돌파하는 능력이 원체 좋은데다 5명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패스 플레이도 뛰어나다.

높이가 낮다고 수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터커, 코빙턴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비수들이다. 웨스트브룩, 하든, 고든은 상체 힘이 좋아 키 큰 상대 공격수가 미스매치를 활용하기 쉽지 않다.

▲ LA 레이커스는 2차전 드와이트 하워드를 전력에서 배제하고 마키프 모리스를 중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모리스는 16득점 5리바운드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결국 레이커스는 2차전 빅라인업을 버리고 휴스턴과 같은 스몰라인업으로 맞섰다. 이날 하워드를 1초도 내보내지 않고 1차전에서 9분을 뛰었던 마키프 모리스(208cm)의 출전 시간을 23분으로 늘렸다.

모리스는 하워드보다 키가 작아 골밑 장악력은 떨어지지만 외곽슛을 갖춘 포워드다. 2차전에서 3점슛 5개 던져 4개를 넣는 등 16득점 5리바운드로 레이커스 기대에 부응했다.

레이커스는 이날 경기 중 라존 론도-알렉스 카루소-르브론 제임스-카일 쿠즈마-모리스로 이어지는 스몰라인업을 선보였다. 이 라인업이 코트에 있을 때 레이커스는 휴스턴을 35-14로 크게 앞섰다. 야투성공률은 87.5%에 달했고 6스틸을 기록할 정도로 압박 수비도 훌륭했다.

결국 2차전을 117-109로 이겼다. 레이커스 프랭크 보겔 감독의 전술 변화가 성공한 것이다. 9일(한국 시간) 있을 3차전에도 레이커스는 스몰라인업을 적극적으로 쓸 것이다.

농구는 흔히 '높이 싸움'이라고 한다. 하지만 레이커스와 휴스턴의 경기에선 통하지 않는 말이다. 두 팀 모두 높이를 버리고 작은 라인업을 택했다. 작지만 더 빠르고 효율적인 농구를 하는 팀이 이 시리즈의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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