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소형준이 12일 수원 한화전 직후 챙긴 10승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사실 감독님께선 그만 던지라고 하셨는데….”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린 1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선 KBO리그 역사를 장식할 또 하나의 대기록이 탄생했다. 바로 역대 9번째 고졸신인 선발 10승. 주인공은 kt 우완투수 소형준(19)이었다.

이날 소형준은 6.1이닝 6안타 1볼넷 9삼진 2실점 호투하며 5-2 승리를 이끌고 올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KBO리그 역대 9번째로 고졸신인 선발 1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992년 롯데 자이언츠 염종석(15승)과 빙그레 이글스 정민철(13승), 1994년 롯데 주형광(11승), 1998년 현대 유니콘스 김수경(11승), 2000년 한화 이글스 조규수(10승), 2002년 KIA 타이거즈 김진우(12승), 2004년 현대 오주원(10승) 그리고 2006년 한화 류현진(18승)의 명맥을 이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로 뛰어든 소형준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t의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기대와 걱정이 모두 쏠렸지만, 신예답지 않은 담대한 경기 운영 능력으로 올 시즌 국내투수들 중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 지난해 황금사자기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하고 있는 유신고 3학년 소형준(오른쪽).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경기 후 만난 소형준은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큰 도움을 주신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10승은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이루게 돼 기쁘다”면서 “류현진 선배님 이후 14년 만에 나온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소형준은 6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시속 140㎞대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그리고 120㎞대 체인지업, 130㎞ 슬라이더, 110㎞대 커브 등을 섞어 던지며 한화 타자들을 요리했다. 그러나 4-0으로 앞선 7회 연속 안타와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렸다. 결국 7회를 모두 책임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주권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소형준은 “사실 이강철 감독님께선 6회를 마친 뒤 내게 ‘그만 던지라’고 하셨다. 그러나 내가 자진해서 7회에도 올라갔다. 지난달 28일 LG 트윈스전에서도 7회 등판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는 더 잘 던지고 싶어서 자진해서 마운드로 올라갔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소형준은 6회까지 4-0 리드를 안고 있던 터라 7회에도 무리해 등판할 이유는 없었다. 이후 편안하게 경기를 지켜보며 10승 달성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이닝을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에서 등판을 자진했다.

막내답지 않은 책임감을 뽐낸 소형준은 이어 “일단 10승을 이뤘으니 남은 페넌트레이스에선 kt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내가 등판하는 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던지겠다. 다치지 않고 보탬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10승 달성으로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앞서가게 된 소형준은 끝으로 “신인왕 욕심은 개막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 욕심을 내다가 결과가 좋지 않았다. 앞으로는 신인왕 생각은 하지 않고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