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국내 선수 평균자책점 1위를 놓고 다투는 문승원(왼쪽)과 임찬규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문승원(31·SK)은 SK의 두꺼운 선발 로테이션에서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에 외국인 선수 두 명, 그리고 먼저 자리를 잡은 박종훈이 있었다. 그의 자리는 꽤 오랜 기간 5번째였다.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선수였다. 

임찬규(28·LG)는 오랜 기간 높은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신인 시절의 패기 넘치는 강속구는 줄어들었고,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기량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해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선발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두 선수는 올해 토종 최고 선발투수를 놓고 마지막 경쟁에 들어갔다. 단연 최고였던 구창모(23·NC)가 부상으로 장기 이탈함에 따라 규정이닝 소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구창모는 시즌 13경기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라는 압도적인 출발을 알렸으나 이닝소화는 87이닝에 머물러있다. 아무리 좋은 성적도 선발은 ‘규정이닝’이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되기 마련이다. 

문승원은 시즌 21경기(122⅔이닝)에서 5승7패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 중이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5승에 그치고 있지만 12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든든한 투구를 펼치고 있다. 임찬규는 20경기(109이닝)에서 9승6패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임찬규의 평균자책점 또한 3.96으로 문승원과 같다. 탈삼진도 103개로 똑같다.

류중일 LG 감독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윌슨·켈리)의 상대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임찬규 정찬헌의 활약으로 팀 로테이션이 지탱됐다고 고마워한다. 류 감독은 “사실 바깥에서 볼 때는 공이 빨라야 좀 더 강력해 보이는 게 있다”면서 평균구속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임찬규가 저평가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0.233의 피안타율 등 성적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문승원의 최고 시즌”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박 대행은 12일 인천 롯데전을 앞두고 “어느 해보다 볼이 좋다. 꾸준하고 기복이 없다. 결과적으로는 어찌됐건 승수는 5승밖에 못하고 있지만 그것도 운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재작년보다도 볼이 좋다. 스피드도 그렇고, 변화구 자체도 그렇다”면서 “구위 하나만 놓고 보면 승원이 공은 베스트라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선수 중 평균자책점 3위는 박세웅(롯데)으로 4.49, 4위는 장시환(한화)으로 4.50이다.  1~2경기로 따라잡기는 어려운 거리에 있다. 국가대표팀 출신인 양현종(KIA·4.84), 박종훈(SK·5.05)이 뒤를 잇지만 남은 경기를 생각했을 때 3점대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문승원 임찬규가 평균자책점 1위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간 과소평가됐던 두 선수 중 누가 ‘토종 1위’의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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