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연패 후 4연승을 기록한 SK는 최대한 좋은 시즌 마무리에 도전한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K는 9일 인천 키움전에서 지며 11연패에 빠졌다. 최하위 한화와 경기차는 어느덧 1.5경기까지 줄었다. 팀 전체에 위기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경험을 못해본 SK다. 팀은 실패보다는, 그래도 성공이라는 단어에 더 가까운 행보를 10년 이상 보냈다. 실제 2007년 이후 SK가 이처럼 시즌을 일찍 포기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설사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해도 매년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다투곤 했다. 이런 시기가 15년 가까이 이어지다보니 당연히 선수들은 이런 위기에 대처하는 경험이 없었다. 이는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였다.

박경완 SK 감독대행 또한 13일 인천 롯데전을 앞두고 “선수부터 올해가 딱 프로 30년차인데, 쌍방울 시절 이후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SK의 코치들 주축은 왕조 시절을 경험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다만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가는 능력과 나쁜 분위기를 끊는 능력은 또 다른 이야기다. 팀 리더십 전체가 뒤숭숭하게 흘러간 이유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최근 들어 “어떤 식으로든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읽힌다. 코치들이 주도하고 있다. 코치지만, 상당 기간 지금 선수들의 선배로 활약했던 조동화 박재상 코치부터 밝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박재상 코치는 선수들과 내기를 하기도 하고, 코치들이 먼저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훈련 때는 코치들의 소리가 더 큰 경우도 종종 있다.

두 코치는 SK의 원클럽맨으로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단순한 ‘계약직 코치’와는 다르다. 지금 후배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선임 선수들을 불러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 두 코치는 “SK 유니폼을 입고 더 이상 창피해지지 말자”는 당부를 한다. 매년 ‘강함’을 상징해왔던 이 유니폼의 명예를 더 이상 훼손하지 말자는 의지다.

선수들은 11연패 후 ‘농군 패션’으로 의지를 선보였다. 단순히 바지를 올려 입었다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경기 집중력이 좋아졌다. 지난 주초 인천 2연전에서 말 그대로 ‘창피한’ 경기를 했던 선수들은, 기량은 모자랄지언정 투지와 집중력에서는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투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고, 야수들은 집중력 있는 수비로 이를 뒷받침했다. 결과는 4연승이었다.

박 감독대행은 “올해 마지막에 반드시 상승세를 만들고 내년 시즌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에 뭔가 숙제를 해놓고 내년으로 가는 것과,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불안감만 가득한 채 내년으로 가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배의식’에 허둥지둥하는 팀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SK의 4연승은 단순한 승률 향상 이상의 의미가 있다. 팀 분위기는 성적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남은 경기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승률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내년을 향한 좋은 징검다리가 된다. 코치들의 말대로 SK는 더 창피해지지 않는 시즌 마무리가 필요하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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