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관 용인대 감독 ⓒ용인대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성남FC 수비수 이창용(30)은 11년 전, 용인대 축구부에 입학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창용은 당시 최고 유망주로 꼽히던 김민우(30, 수원 삼성)와 함께 언남고 축구부를 졸업했다. 스스로 언남고 출신 중 진학에 가장 실패한 선수라고 여겨 자책한 것이다.

◆ 이장관은 아직 이창용의 눈물을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용인대는 대학 축구 무대의 약체였다. 용인대가 알아주는 강팀으로 변모한 것은 2011년 부산 축구 레전드 이장관이 감독 지휘봉을 잡으면서 부터다. 이장관은 용인대를 2011년과 2012년 U리그 권역 2위를 연이어 차지하며 단숨에 강호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 시기 핵심 선수로 활약한 이창용은 2012년 12월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강원FC의 지목을 받아 당당하게 프로 선수가 됐다. 당시 제자 이창용과 함께 드래프트에 참석했던 마음을, 이장관 감독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용인대에 와서 울었는데, 이 감독과 보낸 4년 간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제자의 진심 어린 감사 메시지에 그의 마음도 요동쳤기 때문이다. "감독 부임 초창기였는데, 처음으로 뿌듯함을 느꼈고, 울컥했죠. 아직도 선명한 기억입니다."

속내를 고백한 선수는 이창용 뿐이었지만, 이장관이 2008년 6월 용인대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을 때, 제도 문제로 용인대에 와야 했던 일부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가 종종 목도했던 일이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대학 축구 무대에서 용인대의 위상은 남다르다. 

▲ 최우수 감독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이장관 용인대 감독


◆ 대학 축구 스페셜리그 출범, 90개 팀 중 1위는 용인대

2014년 전국 1,2학년 대학축구대회 우승, 2015년 U리그 왕중왕전 우승, 2020년 전국 1,2학년 대학축구 대회 우승과 추계 대학축구연맹전 준우승. 이장관은 대학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2015년에는 코치로, 2017년에는 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제는 용인대 축구부에 들어오고 싶다는 선수들이 줄을 잇는다. 코로나19로 축구계 전체가 뒤숭숭했던 올해까지도 연습경기를 요청한 팀들이 많아 4개월 치 일정이 모두 꽉찰 정도다. 용인대를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중하위권 대학 팀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용인대가 지난 10년 간 거둔 성과는 대한축구협회가 '대학 축구의 위기'를 타계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스페셜 리그(3년 간 대학 축구 랭킹 상위 16위 팀이 따로 모여 치르는 대회)' 준비 작업을 통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최근 3년 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90개 대학 축구부를 평가한 결과 1위를 차지한 팀이 용인대였다. 

2013년 이후 주요 전국 대회에서 3위 아래로 내려가 본 일이 없는 이장관 감독에게 2020년 추계연맹전 준우승은 성과가 아니라 아쉬움으로 남는 수준이다. 이제 용인대는 우승이 당연한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 따듯한 카리스마, 솔선수범하는 리더 이장관 ⓒ용인대


◆ 부산 축구 레전드 이장관, 감독으로 잠재력이 더 크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질주하던 이장관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1997년 대우 로얄즈에 입단해 2007년 부산 아이파크로 모기업이 바뀔 때까지 10년 간 부산에서만 K리그 348경기를 뛴 이장관은 여전히 부산 역대 출전 1위 타이틀을 갖고 있는 레전드다. 

2008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1년 더 뛰고 은퇴한 이장관은 1997년 입단 첫해 K리그와 리그컵 등 총 3개 대회 우승 과정에 기여했고, 2004년에는 부산 아이콘스의 FA컵 우승을 베테랑으로 이끈 명선수 출신이다. 

부산에서 잊힌 스타가 된 이장관은 이제 대학 무대의 스타 감독이다. 현대 축구의 두 화두인 볼 점유와 공수 전환 중, 한국 선수들의 특성에 더 적합한 전환 속도를 높이고, 조직력을 강화한 축구 전술로 색깔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승리하는 가라는 축구의 근본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며 전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을 키워내고 있다.

 "현대 축구의 전술적 진화는 거의 끝났다 팀의 전술에 따라 필요한 체력요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유럽 축구의 최신 트렌드를 쉼없이 연구하는 이장관은 로베르토 만치니 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의 명언을 토대로 자신만의 축구관을 구축했다. 단지 열심히만 뛰는 것이 아니라 전술적으로 잘 준비된 팀, 90분 내내 규율을 유지하는 팀을 만들기 위한 이론과 실재를 겸비했다.

이장관 감독은 대학 선수들을 제자로 대하지만, 프로로 키운다. "우리나라의 대학선수는 이미 전업선수이므로 프로선수나 다름없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전업선수로서의 자기관리를 강조한다." 이장관 감독은 선수들에게 스스로 롤 모델이자 모범이 되기 위해 자신부터 실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지금도 선수들과 90분 풀타임 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장관 감독의 다음 미션은 K리그 도전이다. 강등 제도가 생겨난 이후 매 시즌 감독을 중도 경질하는 팀들이 후임 리스트를 구성할 때 이장관 감독의 이름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대학 축구의 전설이 된 이장관의 다음 도전지는 어디가 될까? 한국 축구 지도자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전하고 있고, 대학 축구는 여전히 한국 축구의 든든한 뿌리로 기능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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