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관중석에서 리포팅할 때는 살짝 부담이 되더라고요. 원정팀이 이기고 있는데 홈팀 관중들께서 지켜보실 때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하기는 조금 그렇더라고요.”

야구를 보는 시각과 관련해 '자신은 어떻게 야구를 본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꺼렸다. 신입 아나운서로서 현장을 배려하고 먼저 배우고자 하는 겸손한 태도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좋은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는 데는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훗날의 꿈을 이야기하며 그는 더 밝은 미소와 목소리로 열의를 보였다. 2015년 SPOTV 야구 중계 새 전력으로 가세한 이향 아나운서는 자신의 야구 인생을 멀리 바라보고 꿈꿨다.

인터뷰 1편에서 야구 1년째 시즌 좌충우돌하며 배운 점과 실수를 떠올리며 웃던 이 아나운서에게 현장에서 감사했던 분들을 물어보았다. “모든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께서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이야기한 이 아나운서는 특히 고마운 분들에 대해 묻자 LG에서 kt로 자리를 옮긴 차명석 코치와 김경문 NC 감독, 염경엽 넥센 감독 등을 꼽았다.

“차 코치님께 질문하고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정말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워낙 유쾌하시고 입담이 좋으시니까요. 신입 아나운서로서 위축될 때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김 감독님과 염 감독님께서도 야구에 대해 궁금한 점 등을 여쭤 봤을 때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 주셨어요.”

이 아나운서를 비롯한 각 방송사 여성 아나운서들은 현장에 나갔을 때 클리닝 타임이나 공수 교대 등 경기가 진행되지 않을 때 관중석을 배경으로 현장 상황, 선수 부상 등 간단한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관중석 복도에서 이야기하는 만큼 팬들이 경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으나 난감하거나 곤란한 순간이 있을 것 같아 그와 관련해 물어보았다.

“팬들께서 그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원정팀이 이기고 있을 때 홈팀 응원석에서 원정팀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좀 부담이었거든요. 그래도 좋아요. 열성적인 팬들의 기운을 저도 받아서 더 활기차게 알려 드릴 수 있으니까요.”

방송을 하는 데 어려운 일도 있다. 정규 이닝 9회말까지 끝나고도 경기가 끝나지 않아 연장전에 들어갔을 때. 아나운서들은 경기 종료 때 승리팀 더그아웃 뒤에서 기다리다가 승리팀 감독, 그날의 수훈 선수들을 인터뷰해야 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승리 직전의 포인트를 모두 잡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을 오롯이 뇌리에 담고 싶은 여성 아나운서들의 고충이기도 하다.

“기왕이면 결정적인 순간을 모두 잡고 싶은데 1루 더그아웃에서 3루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거나 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 이동 과정에서 경기를 다 못 보는 경우도 있는데 마침 그럴 때 적시타가 터지면 어떻게 하나 싶어요. 페넌트레이스 때 홈-원정 더그아웃 거리가 먼 편인 곳은 좀 난감하더라고요. 고척돔에서 쿠바와 슈퍼시리즈 때도 더그아웃으로 내려가는 길이 제법 멀었고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십니다. 예전에 더그아웃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호준(NC) 선수께서 '준비하세요'라고 사인을 주시더라고요. 갑자기 말씀하셔서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사실 정말 감사했어요.”

2016년 KBO 리그 페넌트레이스는 이 아나운서의 첫 풀타임 시즌이 될 전망이다. 선수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에게도 체력-정신력 소모가 크다. 그런데 그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마련. 이 아나운서는 자신의 첫 풀타임 시즌이 될 2016년 시즌 개막을 벌써부터 기다렸다.

“만약 저도 풀타임 시즌을 치르게 된다면 영광이지요. 1년 후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그런데 선배들께서 '지식을 쌓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도 많이 키워야 한다'고 하셨어요. 체력이 필수인 만큼 지금은 저도 선수들처럼 체력 보강에 신경 쓰고 있어요. 야구 지식도 많이 쌓고 체력도 키워서 다음 시즌은 시청자 분들과 야구와 관련해 즐겁게 '프리 토킹'할 수 있는 방송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질문 하나하나에 웃음으로 답하며 지나간 경기들을 복기한 이 아나운서의 미래가 궁금했다. 그래서 인터뷰를 맺으며 단순한 2016년뿐만이 아닌 '아나운서 이향'의 최종 목표와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이 아나운서는 더 큰 사람이 돼 스포츠 팬들 앞에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다는 최종 목표를 밝혔다.

“그동안 꿈꿨던 스포츠 아나운서가 됐다는 자체가 정말 좋아요. 모든 선배들이 같은 생각이시겠지만 저 또한 진정으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여자 아나운서로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요. 아직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 분야의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저도 그 일원으로서 역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진정성과 전문성을 갖춰 훗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줌마'가 돼서도 야구 팬들, 시청자들과 부담 없이 스포츠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단순히 알려 드리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 여러분과 소통하는 것처럼요.”

[영상] 이향 아나운서 인터뷰 ⓒ 영상편집 송경택.

[사진] 이향 아나운서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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