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최소 이닝으로 고개를 숙인 두산 유희관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유희관(34·두산)은 끝내 성적으로 승부하는 선수다. 지난 7년 연속 내리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지난해에도 28경기에서 11승8패 평균자책점 3.25로 선전했다. 시즌에 들어오기 전에도 두산 마운드의 상수 중 하나였다.

압도적인 피칭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이 정도는 해줄 거야”는 계산을 세울 수 있는 선수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은 예상보다 처진다. 팀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르렀지만 특유의 안정감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17일도 그랬다. 수원 kt전에 등판한 유희관은 1회부터 고전한 끝에 결국 2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려줬다. 1회 배정대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유희관은 황재균에게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적시 3루타를 맞고 너무 쉽게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로하스에게 볼넷, 강백호에게 중전 적시타를 추가 실점했다. 유한준의 날카로운 타구를 우익수 국해성이 잘 잡지 않았다면 1회는 더 고전의 시간이 될 수 있었다.

0-2로 뒤진 2회에도 선두 장성우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은 끝에 실점했다. 갈 길이 바쁜 두산은 유희관을 조기강판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유희관이 2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된 것은 올 시즌 들어 처음이다. 투구 수는 43개. KBO리그 통산 95승 투수인 유희관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팀 사정이 너무 바빴다.

두 번째 투수 김민규가 7회까지 5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덕에 두산은 무너지지 않고 막판까지 승부를 걸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타선이 유독 고전하며 득점 지원을 하지 못했고 결국은 0-3으로 졌다. 결과론적으로 유희관과 타자들의 부진이 도드라진 경기가 됐다.

유희관은 이날 경기까지 22경기에서 8승9패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이 높은 유형이기는 하지만, 위기관리가 안 되는 모습이 예년보다 자주 나오고 있다. 17일도 kt 타자들이 유희관이 선호하는 코스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여기에 2회에는 실투까지 나오며 고전을 거듭했다. 

두산은 마운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최원준 홍건희 이승진 등이 분전하며 버텼다. 그렇게 겨우 고비를 넘겼고 함덕주 이영하의 보직 변경, 그리고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 복귀로 다시 전열을 재정비했다. 하지만 결국 주축들이 바로 서야 하고, 유희관은 그중 하나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최근 10경기에서 2승에 머물고 있는 유희관이 이 무게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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