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구단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쓴 김재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김재윤(30·kt)은 신생팀의 마무리였다. 여건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 투수로 전향해 팀의 마무리 보직까지 꿰차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44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마무리가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중반 이후 이대은이 팀의 마지막을 지켰다. 올해 시작도 마찬가지였다. 이대은이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간 뒤 다시 기회가 왔으나 자신의 경기력도 불안했다. 6월 11경기에서 4세이브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은 7.20까지 치솟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김재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무리를 재차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재윤은 불만이 없었다. 지난해 이대은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줄 때도, 올해 부진 탓에 마무리 보직 회수 이야기가 있을 때도 그랬다. 자신이 문제라며 ‘내 탓’을 했다. 구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필사적이었다. 시즌 초반 부진은 역시 자신의 전매특허인 묵직한 패스트볼의 구위 저하라고 봤다. 꾸준히 보강을 하며 노력했고, 투구판도 3루로 바꿔보는 등 몸부림쳤다.

그렇게 묵묵하게 던진 김재윤의 세이브 개수는 어느덧 18개가 됐다. 지난해 이대은(17세이브)이 세운 kt 구단 한 시즌 최다 세이브를 경신한 것이다. 김재윤은 17일 수원 두산전에서 3-0으로 앞선 9회 등판, 세 타자를 깔끔하게 돌려세우며 팀의 승리를 확정짓고 웃었다. 표정·구위·경기 운영 모두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런 김재윤의 상승세는 kt 불펜의 안정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7월 이후 리그 최고의 마무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재윤은 7월 이후 25경기에서 13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기간 김재윤보다 더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는 조상우(키움·16세이브)뿐이다. 그런데 세부 내용을 보면 김재윤이 뒤질 것이 없다. 

이 기간 김재윤의 평균자책점은 1.29로 5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10명의 선수 중 가장 낮다. 그러면서도 28이닝을 던져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 단 한 번도 패전도 없었고, 블론세이브는 딱 두 번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12,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0.520에 불과했다. 승계주자 실점비율도 25%로 준수한 편이었다.

마무리가 확실하게 서자 kt 불펜도 그에 맞춰 차분하게 정비되기 시작했다. 연투와 멀티이닝 소화도 가능한 김재윤이 뒤에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kt 불펜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 다소 지칠 법도 한 시기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구속은 시즌 초반보다 더 올라왔다. 최근 10경기에서는 단 1점의 실점도 없다. 간혹 부족한 부분은 동료들이 흠을 메워주는 등 거칠 것 없는 기세로 달려가고 있다.

kt 역사상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윤이지만, 예전과 지금은 다르다. 당시에는 지는 팀의 마무리였던 반면, 올해는 당당히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위닝 팀’의 마무리다. 달라진 게 없다면 항상 팀이 필요할 때 묵묵히 나와 던지는 김재윤 자신이다. 이 기세를 계속 이어 갈 수 있다면 kt의 남은 시즌 전망도 밝아진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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