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우준은 넓은 수비 범위와 기동력으로 kt 상승세의 숨은 밑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17일 현재 KBO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소화한 선수는 총 53명이다. 최고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또 아래에 있는 선수가 있는 법. 멜 로하스 주니어가 가장 위에 있다면, 팀 동료 심우준(25·kt)은 가장 아래에 있는 선수다.

심우준은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모두에서 리그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17일 수원 두산전을 앞두고 심우준에 타격에 대해 “성적이 좋은 건 아니다”면서 “처음에는 잘하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슬럼프가 길었다”고 안쓰러워했다. 실제 심우준은 5월 타율 0.293의 좋은 타격을 선보이다 6월 이후 정확도가 추락하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사실 이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출장이 줄어들어 규정타석에서 자연스레 빠지면 된다. 실제 심우준보다 더 성적이 저조한 몇몇 선수들은 그런 식으로 순위표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심우준은 올 시즌 벌써 404타석을 소화했다. 이는 적어도 kt에서는, 심우준이 타격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선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강철 감독은 “본인은 풀타임으로 뛰고 싶어 한다. 어쨌든 300타석 이상이고, 타율은 떨어졌지만 수비 등에서 경기 출장 자체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타격 이외의 수비와 주루에서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심우준은 올 시즌 한층 더 안정감 있는 수비, 그리고 주루에서의 활발한 기여도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감독은 “수비나 모든 면에서 안정이 되어 있다”고 단언했다.

kt는 이강철 감독 부임 직후 황재균을 유격수로 실험해볼 정도로 유격수 적임자 찾기에 고민이 컸다. 그러나 심우준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감독은 심우준의 타격 성적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는 유격수가 없다고 해서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물론 실책이 아주 적은 것은 아니지만, 심우준의 수비는 계속해서 하이라이트 필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웃을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팀에 큰 플러스 요소다. 여기에 21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유격수 수비와 주루에서의 체력 소모가 큰 편이지만 그래도 큰 부상 없이 전 경기에 뛰었다. 타율이 떨어져도 지도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계산’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유격수라면 더 그렇다.

타격감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 감독은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마음 편하게 하고 있다. 지난 성적은 생각하지 말고,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하라고 했다”면서 “심우준이 무사에 살아나가면 거의 득점이 90% 된다”고 9번 타순을 계속해서 맡길 뜻을 드러냈다. 16일 수원 삼성전에서 맹활약은, 심우준까지 터지면 kt 타선에 날개를 달 수 있다는 명제를 제대로 입증해냈다. 

풀타임 출전은 올해 이후도 본 포석이다. 풀타임을 소화해본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경험 차이는 갈수록 드러난다. 장기적으로 팀의 내야를 지켜야 하는 선수인 만큼 그만한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 저조한 타격 성적에 가린 숨은 가치를 생각할 때 밑지는 투자 역시 아니다. 설사 심우준이 리그에서 가장 못 치는 타자라고 해도, 지금 kt와 미래의 kt에는 모두 심우준이 필요하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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