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뮬란'.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드디어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이 17일 개봉했다. 외적 논란으로도 모자라 코로나19로 개봉을 수차례 연기한 끝에 언론시사회도 건너뛰고 한국의 관객과 만났다. 디즈니가 중국의 전설적 여전사 이야기로 무협영화를 만든다면? 널리 알려진 드라마에 명료한 메시지를 담아 시원한 액션을 곁들인다면? 2020년 태어난 '뮬란'은 그에 대한 답 같다. 22년 전의 애니메이션이 바탕이지만 별개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옛 중국의 어느 마을. 화씨 집안 첫째딸 뮬란(유역비)은 어려서부터 무예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다. 그러나 여자라면 응당 우아하고 공손하고 조용하게 자라 시집을 잘 가는 게 가문의 명예라 여겼던 시기, 문제아 취급을 받던 뮬란은 남다른 기를 숨기고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오랑캐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집안마다 장정 한 명이 징집되고, 뮬란은 늙고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몰래 전장에 나선다. 뮬란은 숨길 수 없는 출중한 능력으로 인정받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여자란 걸 몰랐을 때 이야기다.

디즈니 라이브액션 '뮬란'은 원작과 큰 뼈대만을 공유한다. 위진남북조 시대,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하고 전장에 나가 큰 공을 세웠다는 여성 영웅 화목란 이야기다. 영화 '뮬란'은 시작부터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한다. 무협영화 주인공으로 손색없는 어린 고수 뮬란의 모습 뒤로 아버지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여자는 기가 강하면 쫓겨난다는 이야기를 이 아이에게 할 수 있겠는가 탄식하던 아버지는 말한다. "조상님들, 전 그럴 수가 없습니다."

강인하고 능력있는 여성의 마땅한 자아찾기란 메시지는 캐릭터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눈을 붙드는 또 다른 여성 시아니앙(공리)는 원작엔 없던 핵심인물. 오랑캐 우두머리를 따르는 그녀는 흑마술과 변신술, 전투력 등 출중한 능력을 지녔지만 '전사' 대신 '마녀'로 불리는 처지다. 그러다 '마녀' 된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뮬란과는 존재만으로 대비를 이룬다. 뮬란과는 서로 다른 편에 섰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빛을 보지 못한 아픔을 공유하면서 서사에서도 한 몫을 한다.

▲ 영화 '뮬란'.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여성서사가 한 축이라면 액션은 또 다른 축이다.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무협액션이 곳곳에 가미됐다. 대규모 액션의 스펙터클도 빠지지 않는다. 뮬란 역의 유역비는 물론이고 견자단 공리 이연걸 등 화려한 중화권 스타들이 날랜 몸놀림을 보여준다. 말간 얼굴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청초한 뮬란 이역비의 액션이 이채롭고, 자칫 모르고 넘어갈 뻔했던 '황제' 이연걸의 귀환이 반갑다. 강도높거나 개성 강한 액션은 아니다. 실사 '뮬란'은 단순한 이야기, 쉬운 메시지, 말랑한 수위로 어린 관객도 부담없이 볼만한 액션 블록버스터다.

1998년 나온 애니메이션 '뮬란'에 대한 향수로 실사영화 '뮬란'을 바라본다면 반응이 엇갈릴 법하다. 애초 평범한 여성이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진취적 드라마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애니 특유의 자유롭고 능청스런 유머, 쏙 꽂히는 뮤지컬 넘버를 가미했던 오리지널 '뮬란'은 2020년의 눈으로 봐도 별 보정이 필요없던 작품. 니키 카로 감독은 원작의 뮤지컬 넘버와 무슈 등 아기자기한 동물들을 걷어내 전혀 다른 분위기와 컬러로 실사판을 만들었다. 유머와 러브라인도 줄어 극이 더 비장하고 건조해진 반면 액션의 규모를 크게 키워 블록버스터 느낌이 커졌다. '뮤란'의 제작비는 디즈니 라이브액션 사상 최고인 2억 달러 선으로 전해졌다.

애니메이션 '뮬란' 하면 떠오르는 주제가 리플렉션(reflection)의 한국어 버전 '숨겨진 내 모습은 AKMU 이수현이 불렀다. 극장에서 확인하고 싶다면 먼저 일어나지 말고 잠시 기다리시길. 엔딩송이 끝나고 하얀 자막이 올라갈 때 그 노래가 흐른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