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정. 제공|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배우 이민정은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마치고 "오케스트라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수많은 인물이 각자의 스토리를 연기하는 긴 호흡의 드라마가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가 모두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내야 하는 교향악단 같다는 이유에서다. 분명히 '조화'가 오케스트라의 미덕 중 하나이겠으나, 분명히 잘 하는 연주는 귀와 마음에 남기 마련이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이민정이 그랬듯이 말이다. 

KBS 주말드라마 자리는 시청률 30%는 기본으로 담보한다는 시간대다. 이 자리에 편성되는 대부분의 드라마가 큰 인기를 누렸지만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미니시리즈 이상의 인기를 누렸다. 힘든 가정 형편 때문에 생이별 해야했던 송영달(천호진)-송영숙(이정은) 남매의 눈물나는 이야기 외에도 송준선(오대환)-성현경(임정은), 송가희(오윤아)-박효신(기도훈), 송나희(이민정)-윤규진(이상엽), 송다희(이초희)-윤재석(이상이) 등 남매들의 각양각색 러브스토리는 젊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소아전문병원 내과의 송나희 역으로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민정은 "내가 치고 나와야 할 때, 내가 쉬어줘야 할 때가 확실했던 작품이었다. 그런 완급조절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부분을 맞춰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다양한 세대들이 좋아해 주셨지만, 아주 어린 친구들이 많이 좋아해줬다. 팬사이트도 만들어 주시고,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이나 쪽지도 보내주시더라. 특히 중학생, 고등학생 친구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 것 같다"고 했다.

분명 지금이 정점은 아니겠지만, 이민정의 연기 인생에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하나의 터닝 포인트로 남을 것은 확실하다. 연애와 결혼, 유산과 오해, 이혼과 재결합으로 이어지는 부부의 역사를 안방에 펼친 이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캐릭터에 깊게 몰입하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감탄을 이끌어 냈다. 

▲ 이민정. 제공|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특히 송나희가 임신을 확인하고 울먹거리며 환하게 웃는 장면은 '한 번 다녀왔습니다'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첫 아이를 유산하며 각자의 아픔만 끌어안느라 오해가 깊어져 갈라섰던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면서 선물처럼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서야 다시 축복을 만난 송나희의 감격을 표정과 몸짓으로 구현한 이 장면은 드라마 종영 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민정은 "나희와 규진이 유산 때문에 겪은 큰 아픔이 나희를 연기하며 제 안에 녹아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감동적이기도 하고 겁도 났던 것 같다. 대본에서는 '환하게 웃는다'는 지문이었는데 (이 상황에서) 과연 그냥 환하게만 웃을까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울컥한 느낌으로 미소를 짓는 것으로 표현했다"며 "작가님도 복잡 미묘한 그 감정을 다 지문으로 쓰기엔 힘들다 생각해서 배우에게 맡겨 주셨던 것 같다. 순간 되게 벅찬 감정이 올라와서 자연스럽게 그런 연기가 나왔다"고 했다. 

이민정 역시 배우 이병헌의 아내로, 또 아들의 엄마로 송나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을 하고 있을 터다. 이 작품을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을 되새겨 봤다는 그는 "차화연 선생님이 왈츠를 추면서 했던 '사랑엔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이 드라마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가족일수록, 부부일수록 서로 배려해야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전래동화 같은 메시지라 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처음 보는 사람한테 잘 하는 건 쉽지만, 가족에게 잘 보이려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나. 주례를 봐 주신 신영균 선생님 부부를 뵐 때면 60여년 결혼 생활을 하시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떠올라 느낀 점이 많았다"고 했다. 

▲ 이민정. 제공|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부부를 연기한 이민정과 이상엽은 '나규(송나희+윤규진) 커플'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았다. 이런 뜨거웠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해프닝도 있었다. 초반 '나규커플'의 분량이 '사라졌다'고 표현될 만큼 적어지면서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이 주연인데도 출연 분량이 공정치 못하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민정은 이 이야기도 '오케스트라'로 정리했다. "내 파트가 있고 내가 나와야 될 때, 빠져야 될 때가 있는 협주"라는 것이다. 이민정은 "그런 부분을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진 않았다. 기다리다 보면 내 이야기가 풀리는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했고, 50부작은 나 혼자서 끌고 가는 작품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중에 큰 그림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작품 활동을 오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민정은 "배우로서 하고 싶은 열망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조금이라도 연기적으로 나아지고, 조금이라도 나를 찾아주는 곳이 있다면 열심히 해야 한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또 "아직 저 스스로는 못해 본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제 안에 여전히 에너지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고백했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대중이 배우 이민정의 인생작으로 오래 기억할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쌓은 인생의 경험치 때문인지 배우로서 그가 분명히 다른 세상에 접어들었다는 느낌도 준다. 그렇기에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는 말은 이민정의 다음 열정 행보를 더욱 기다리게 만든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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