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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하인드]'기기괴괴 성형수', 예쁜 냄새, 예쁜 목소리가 따로 있나?

네이버구독_201006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2020년 09월 19일 토요일

▲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제공|트리플픽쳐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감독 조경훈, 제작 에스에스애니먼트 스튜디오애니멀)가 극장가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성대 작가의 웹툰 '기기괴괴' 중 화제의 '성형수' 편을 원작으로 삼은 '기기괴괴 성형수'는 일단 설정이 독특하고 매력있다. 성형수에 얼굴을 담갔다 빼며 피부가 찰흙처럼 바뀌어 마음대로 빚어 완벽한 미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애니메이션은 못생긴 외모, 뚱뚱한 몸으로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며 스스로까지 견딜 수 없게 된 주인공 예지가 성형수를 통해 미인으로 다시 태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성형강국 대한민국을 슬며시 꼬집은 호러성형괴담은 개봉 전부터 슬슬 입소문을 탔다. 코로나19로 극장이 잔뜩 움츠러든 시기 롯데시네마에서 단독개봉했음에도 개봉 10일 만에 6만 관객을 돌파, 개봉 2주 차에도 흔들림없이 흥행 중이다. 국내 애니메이션이 타깃층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던 1525 젊은 관객들의 관심과 취향을 제대로 꿰뚫은 덕분이다. 디즈니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쏠렸던 이들의 관심을 되돌린 건 한국 애니메이션사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다.

▲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제공|트리플픽쳐스
의미를 제쳐두고 작품만 들여다봐도 볼만한 재미가 풍성하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재미있는 디테일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성형수 시술 전과 후 예지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헐렁한 후드 티셔츠로 몸매를 가린 시설 이전의 예지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간결하지만 사실적 그림체다. 그러나 '기적의 물' 성형수 시술 이후 아름다워진 예지는 마치 장르가 달라진 느낌으로 그려진다. 얼굴의 반을 채운 커다란 눈, 역삼각형의 뾰족한 턱과 늘씬한 몸매는 순정만화의 여주인공 그 자체다.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 선택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기기괴괴 성형수'엔 '예쁜 비주얼'뿐 아니라 '예쁜 목소리'도 따로 있다. 본디 예지의 목소리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성형수로 예뻐진 예지는 완전히 다른 사람같은 목소리가 된다. 예지의 성형수 전과 후가 비주얼만큼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소리로도 표현되는 셈이다.

▲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제공|트리플픽쳐스
이를 두고 조경훈 감독은 "원래는 과거 예지, 달라진 예지의 목소리가 안 변한다는 설정이었다"며 "그런데 더빙 디렉터의 눈을 달랐다"고 털어놨다. 더빙 디렉터는 살이 빠지면 실제로도 목소리가 바뀐다고 명확하게 의견을 제시했고, 아무리 사실적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화면의 비주얼에 따라 목소리도 따라가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비주얼과 목소리가 어울리지 않으면 관객의 몰입을 해치는 현상도 종종 일어난다고. 조경훈 감독은 "만화적 과장이 있긴 하지만 거친 비주얼에 얇고 고운 목소리를 그대로 대입하면 사람들이 못 받아들인다고도 하더라"며 "화면과 목소리를 부여보면 디렉터의 말씀이 맞구나 싶었다"고 고백했다. 한때는 과거 예지의 목소리를 더 거칠게, 달라진 예지의 목소리를 더 높고 가늘게 표현하는 극단적인 목소리 톤도 고려했지만, 완성본에서는 이를 조율해 나름대로 '타협한 결과물'을 내놨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예지 목소리를 맡은 문남숙 성우의 탁월한 연기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목소리지만 문남숙 성우 한 명이 과거의 예지, 달라진 예지 두 명의 목소리를 모두 소화했다. 문남숙 성우는 도라에몽 목소리, '꼬마버스 타요'의 주인공 타요 등 여러 인기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아 왔고, 다양한 목소리를 안정적으로 연기하는 실력파 베테랑이기도 하다. 덕분에 분명히 한 사람의 목소리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는 '기기괴괴 성형수'의 독특한 목소리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성형수 목소리 연기에는 개그맨 박성광이 참여하기도 했다. 예뻐진 예지에게 목매는 마마보이 목소리가 바로 그의 것!)

▲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제공|트리플픽쳐스
'기기괴괴 성형수'로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싶었다는 조경훈 감독은 "시선이 강요하는 또다른 폭력성, 그런 폭력성이 얽히고 얽혀 그려진 지옥도,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군상의 한계를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미의 기준이란 얼마나 무의미한가. 극단적이지만 무의미하고 절망적이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목소리'의 문제를 두고 "우리도 선입견의 벽을 못 넘은 거구나 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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