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선두 NC를 이끌고 있는 안방마님 양의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양의지(33·NC)는 걸음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한 경기에 모두 기록해야 하는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히트)과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다. 

그런데 18일 그 기회가 찾아왔다. 18일 인천 SK전에서 1회 다소간 행운이 따른 3루타를 치며 가장 어려운 ‘과제’를 해결했다. 양의지는 “이 기록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1회 운이 좋게 3루타를 치면서 ‘이러다 사이클링히트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했다”고 떠올렸다. 양의지는 2회 만루 홈런으로 두 번째로 어려운 난이도의 과제를 수행한 뒤, 8회 좌전안타까지 때리며 기록에 2루타 한 개를 남겼다.

9회 타석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 기회가 왔다. 팀이 8-5로 앞선 9회 2사 1,2루 상황이었다. 2루타 하나면 대업이 완성되는 순간. 양의지도 의식은 하고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2루타를 노린 스윙은 아니었다. 1점만 더 도망가면 상대의 추격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일단 적시타에 집중했고 깨끗한 우전 적시타로 목표를 이뤘다.

양의지는 18일 경기 후 “마지막에 한 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도망갈 수 있는 점수를 만든 것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일단 안타를 치고 그 목표를 달성한 뒤, 조금 욕심을 내보기도 했다. 1루 주자 박민우도 양의지의 기록을 의식한 듯 홈까지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양의지가 2루까지 가기에는 안타 비거리가 부족했다. 홈으로 중계되는 동안 양의지는 호시탐탐 2루를 노렸으나 SK 수비진의 대응은 침착했다. 양의지는 “안 되더라”고 깔끔하게 인정하며 웃었다.

올 시즌 잔여경기에 임하는 양의지의 자세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의지는 올 시즌도 리그 최고 포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18일까지 시즌 95경기에서 타율 0.327, 18홈런, 8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9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59에 이른다. 잘 치고, 잘 리드하고, 투수들의 퀵모션들이 빨라지면서 도루 저지 또한 원래 기록을 찾아가고 있다. 팀에서 절대적인 비중이다.

하지만 개인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팀 성적이다. 이미 개인적으로 이룰 것은 거의 다 이뤄본 선수다. 팀의 리더로서 양의지도 그런 점에 더 집중하고 있다. 양의지는 앞으로의 레이스를 “부상 싸움”이라고 단언했다. 양의지는 “중요한 시기에 왔는데 선수 하나가 다치면 마이너스가 크다.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부상 방지가 좋은 분위기와 환경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2위권 팀들의 추격에 쫓기고 있지만 차분하게 가다보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 그래서 양의지 스스로도 요즘 마음을 차분하게 먹는다. 양의지는 “지난해에는 (5강 경쟁을 벌였던) kt의 경기 결과를 크게 신경 썼다. 올해는 타 팀의 경기 결과는 집에 가면서 본다”고 했다. 18일에도 고척돔에서 먼저 끝난 키움과 한화의 경기 결과를 모르고 있었던 양의지와 동료들이다. 양의지와 NC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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