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소형준(오른쪽)이 18일 수원 두산전 도중 웃으면서 마운드를 걸어 내려오고 있다. 왼쪽은 황재균. ⓒ수원,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사령탑의 마음이 단단해지자 영건의 교체 시점은 더욱 단호해졌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이날 선발투수 소형준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소형준에게 맞는 교체 시점이 화두였다.

이 감독은 “소형준은 투구수를 90개 선에서 조정하고 있다. 게임이 박빙으로 가는 상황에서 소형준이 잘 버티고 있다면 조금 더 던지게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90개 안팎으로 맞출 생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형준은 18일 직전까지 나선 올 시즌 18경기에서 총 1595구를 던지며 평균투구수 88.6개를 기록 중이었다. 100개가 넘어간 경기는 두 게임뿐. 나머지는 모두 80~90개 사이에서 등판이 끝났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이 가끔은 화를 부를 뻔한 적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12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 kt 이강철 감독(왼쪽)과 소형준. ⓒkt 위즈
소형준은 이날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KBO리그 역대 9번째 고졸신인의 선발 10승이 달린 상황. 그런데 소형준은 4-2로 앞선 7회 갑자기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1실점한 뒤 1사 1·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주권이 1실점으로 불을 끄면서 소형준의 10승은 지켜질 수 있었다. 그러나 kt로선 승리와 대기록을 모두 놓칠 수 있던 아찔한 하루였다. 이강철 감독 역시 이날 경기 후 “6회 직후 소형준을 교체하려고 했는데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또, 7회까지는 100개 안쪽에서 투구가 끝나리라고 생각해 교체가 꺼려졌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당시 소형준의 6회까지 투구수는 82개였다. 교체를 하기에도, 더 던지게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에서 사령탑은 7회 투입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후 소형준의 11승이 걸린 18일 수원 두산전을 앞두고 다시 만난 이 감독은 12일 경기와 같은 고민이 다시 주어지면 어떤 선택을 내리겠느냐는 질문을 듣자 곧바로 “무조건 바꾼다”고 잘라 말했다. 더 과감하게 교체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다짐은 이날 경기에서 그대로 지켜졌다. 소형준은 4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다가 5회 집중타를 맞고 2실점했다. 5회까지 투구수는 89개. 그러자 이 감독은 6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다. 비록 kt가 8회와 9회 1실점하면서 소형준의 11승은 무산됐지만, 배정대가 4-4로 맞선 11회 끝내기 솔로홈런을 때려내면서 소형준의 호투가 조금은 빛을 보게 됐다.

올해 유신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프로로 뛰어든 소형준은 동기 중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올 시즌 국내투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고, 또 2006년 류현진 이후 고졸신인 선발 10승 명맥도 계승했다. 이러한 고공행진 뒤에는 이처럼 복잡미묘한 관리법이 숨어 있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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