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이날 선발투수 소형준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소형준에게 맞는 교체 시점이 화두였다.
이 감독은 “소형준은 투구수를 90개 선에서 조정하고 있다. 게임이 박빙으로 가는 상황에서 소형준이 잘 버티고 있다면 조금 더 던지게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90개 안팎으로 맞출 생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형준은 18일 직전까지 나선 올 시즌 18경기에서 총 1595구를 던지며 평균투구수 88.6개를 기록 중이었다. 100개가 넘어간 경기는 두 게임뿐. 나머지는 모두 80~90개 사이에서 등판이 끝났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이 가끔은 화를 부를 뻔한 적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12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소형준은 이날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KBO리그 역대 9번째 고졸신인의 선발 10승이 달린 상황. 그런데 소형준은 4-2로 앞선 7회 갑자기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1실점한 뒤 1사 1·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이후 주권이 1실점으로 불을 끄면서 소형준의 10승은 지켜질 수 있었다. 그러나 kt로선 승리와 대기록을 모두 놓칠 수 있던 아찔한 하루였다. 이강철 감독 역시 이날 경기 후 “6회 직후 소형준을 교체하려고 했는데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또, 7회까지는 100개 안쪽에서 투구가 끝나리라고 생각해 교체가 꺼려졌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당시 소형준의 6회까지 투구수는 82개였다. 교체를 하기에도, 더 던지게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에서 사령탑은 7회 투입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후 소형준의 11승이 걸린 18일 수원 두산전을 앞두고 다시 만난 이 감독은 12일 경기와 같은 고민이 다시 주어지면 어떤 선택을 내리겠느냐는 질문을 듣자 곧바로 “무조건 바꾼다”고 잘라 말했다. 더 과감하게 교체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다짐은 이날 경기에서 그대로 지켜졌다. 소형준은 4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다가 5회 집중타를 맞고 2실점했다. 5회까지 투구수는 89개. 그러자 이 감독은 6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다. 비록 kt가 8회와 9회 1실점하면서 소형준의 11승은 무산됐지만, 배정대가 4-4로 맞선 11회 끝내기 솔로홈런을 때려내면서 소형준의 호투가 조금은 빛을 보게 됐다.
올해 유신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프로로 뛰어든 소형준은 동기 중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올 시즌 국내투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고, 또 2006년 류현진 이후 고졸신인 선발 10승 명맥도 계승했다. 이러한 고공행진 뒤에는 이처럼 복잡미묘한 관리법이 숨어 있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