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선수단이 2009년 9월 24일 군산구장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인천, 고봉준 기자] “프로야구를 해오면서 이렇게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kt 위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예정된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원정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위권 혈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감독의 설명대로 현재 KBO리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40경기도 채 남겨두고 있지 않지만, 아직 가을야구 향방조차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촘촘히 놓인 도미노와 같은 형국이다. 우선 선두 NC 다이노스와 2위 키움 히어로즈의 격차는 겨우 1게임이다. 또, 키움과 공동 3위 LG 트윈스 그리고 kt와 간격은 2게임으로 2연전 결과를 따라 순위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추격은 계속 이어진다. 5위 KIA 타이거즈가 3위 그룹을 2.5게임 차이로 따라붙고 있고, 6위 두산 베어스와 7위 롯데 자이언츠 역시 공동 3위와는 각각 3게임과 5게임 차이뿐이다.

이처럼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kt는 최근 선전을 앞세워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월 현재 치른 17경기에서 13승4패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았다. 11승을 거둔 KIA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모두 한 자릿수 승수만 챙겼다.

▲ kt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19일 인천 SK전을 5-0 완승으로 이끈 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인천, 곽혜미 기자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선두 그룹과 격차는 좁혔지만, 언제든 중위권으로부터 추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 상위권으로 안착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한 이 감독은 이날 인터뷰 도중 11년 전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바로 KIA 투수코치로 있던 2009년 페넌트레이스 우승 경쟁이었다.

이 감독은 “이렇게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나마 하나를 꼽으라면 2009년 KIA가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했을 때 정도가 아닐까 한다. 당시 SK가 정말 마지막까지 연승 바람을 타면서 KIA를 압박했다”고 회상했다.

2009년 페넌트레이스는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KIA와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SK의 막판 우승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KIA는 8월 초 1위로 오른 뒤 KBO리그 사상 월간 최다승인 20승을 달성하며 선두를 굳게 지켰다.

그런데 KIA가 9월 5연패로 주춤하는 사이 SK가 믿기지 않는 연승 행진을 달리며 서서히 압박을 가했다. SK는 8월 25일 인천 두산전을 시작으로 9월 15일 잠실 LG전까지 13연승을 기록했다. 이어 9월 16일 잠실 LG전을 2-2로 무승부로 잠시 쉬어간 뒤 다시 6연승을 추가하며 기적과 같은 19연승을 내달렸다. 결국 당시 정상 다툼은 KIA가 잔여경기 1게임을 남겨둔 상황에서 우승을 확정지으며 종료될 수 있었다.

▲ 2009년 당시의 이강철 KIA 투수코치(오른쪽). 왼쪽은 이범석. ⓒKIA 타이거즈
이 감독은 “정말 SK는 그때 한 경기를 지지 않더라. 그래서 마지막까지 우승을 장담할 수가 없었다”면서 “그런데 2009년은 한국시리즈 직행 여부를 놓고서만 그랬는데, 올해는 상위권은 물론 중위권까지 예상할 수가 없다. 7위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느냐”며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선수와 지도자로서 잔뼈가 굵은 사령탑조차 아연실색하는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kt는 일단 최근 상승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가고 있다. 상위권 도약의 분수령이었던 17~18일 두산과 홈 2연전을 모두 이긴 뒤 19일 인천 SK전에서도 선발투수 배제성의 5.1이닝 호투와 황재균이 3타수 3안타 2타점 활약을 앞세워 5-0 완승으로 장식하며 최근 4연승을 달렸다.

2015년 1군 진입 후 처음으로 후반기 공동 3위까지 올라선 kt의 기쁨은 이렇게 하루 더 유지됐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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