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중후반 놀라운 상승곡선을 이어 가고 있는 kt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주중 일정의 시작이었던 15일 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선임 선수들과 잠시 만났다.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한눈에 보였던 사령탑은 지나치게 승패에 집착하지 말길 바랐다. 이미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에서 자신들을 달달 볶는 것이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봤다.

그런데 선수들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유한준 박경수 황재균 등 선임급 선수들은 “지는 게 너무 싫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kt 선수들의 “지기 싫다”라는 말은, 너무나도 많이 져서 생기는 자존심의 상처가 밑바탕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뉘앙스가 조금 달랐다. 지금껏 해온 것도 있고,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나오는 강한 승부욕이었다.

황재균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황재균은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다. 이기는 경기가 많으면 분위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우리가 쉽게 이기는 경우도 있지만, 잡아야 할 경기를 다 이기니까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잡아야 할 경기를 역전패하는데 올해는 힘든 경기도 뒤집어서 이긴다. 그런 게 선수단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렇게 지기가 싫은 kt는 주간 6경기 중 5경기를 쓸어 담으며 단독 3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17일과 18일 수원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를 모두 이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18일과 19일 인천 SK전도 다 잡았다. 5연승 행진이다.

사실 네 경기 모두 경기 초반에 쉬운 흐름이 없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만든 5연승이었다. 마운드는 타선의 지원이 있을 때까지 버티고 버텼다. 타자들은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필승조가 조금 더 쉴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상대 마운드를 밀어붙이는 가공할 만한 응집력을 과시했다. 마운드는 물론 야수들의 체력도 서서히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지기가 정말 싫다”는 선수들의 정신력은 궁극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kt는 20일 현재 63승47패1무(.573)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승패 마진이 +16이다. 이강철 감독은 20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시즌 구상 당시 이 정도의 성적을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아휴, 오버죠, 오버”라고 크게 웃었다. 사령탑의 생각조차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는 것 같고, 작년 경험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는 코칭스태프도, 이제는 ‘지기 싫어하는’ 선수들을 믿고 끝까지 달려볼 참이다. 이 감독은 “포스트시즌 여유권은 +15보다 더 해야 한다.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승패 마진과 상관 없이 계속 이기는 경기를 하려고 하겠다. 계산을 하지 않고 일단 이기고 다른 팀의 결과를 보겠다. 오늘도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LG와 두산이 경기를 해서 누군가는 지겠지만, 그것도 우리가 이길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대로 kt는 이겼고, kt의 마법은 가면 갈수록 상대를 휘어잡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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