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00이닝 이상을 던지며 경험을 쌓은 이건욱은 점진적인 성장이 기대를 모은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의 2020년 시즌은 최악의 성적표로 점철됐지만, 2021년 새로운 시즌을 앞둔 재건 작업은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선발진에서 한가닥 희망을 보여준다는 게 반갑다. 선발이 탄탄해지면, 팀 전체적인 경기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어서다.

SK의 올 시즌 선발진 난조는 여러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기록으로 드러난다. SK는 지난해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2019년 선발 평균자책점은 3.48로 리그 1위였고, 전체 88승 중 선발투수들이 65승을 싹 쓸어갔다. 그러나 올해 선발 평균자책점은 5.36으로 리그 9위다. 27승의 선발승 또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앙헬 산체스(요미우리)라는 원투펀치가 모두 이적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약세이기는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데 이견이 없다.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닉 킹엄은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 출전에 그쳤다. 리카르도 핀토의 투구는 시즌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5선발로 출발한 김태훈은 낙마했고, 토종 에이스 몫이 기대됐던 박종훈의 성적은 떨어졌다. 문승원 이건욱이 분전했지만 추락을 막지 못했다.

그런데 팀이 완전한 2021년 시즌 체제로 들어선 9월 이후로는 훨씬 나아진 기록이 드러난다. SK 선발진은 최근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했다. 이는 키움(2.45)에 이은 리그 2위다. 자원의 특별한 변경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는 SK 선발진의 기초체력이 아주 형편없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승원은 올 시즌 토종 투수 중 최고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고, 핀토는 최근 3경기 19이닝에서 단 2실점만을 기록하며 살아났다. 여기에 백승건 오원석 등이 투입되던 5선발 자리에서 조영우가 맹활약하면서 1~5선발의 짜임새가 생겼다. 압도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흐름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내년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SK는 현재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10개 구단 중 가장 일찌감치, 깊숙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코로나19 사정 탓에 현지 선수 수급도 만만치 않지만, 어쨌든 외국인 투수는 바닥을 쳤던 올해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문승원 박종훈은 이제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다. 부상이 없는 이상 이제는 풀타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건욱도 올해 벌써 104이닝을 던지며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았다.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점진적인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 조영우 오원석 등 올해 기회를 받았던 선수들이 내년에도 대기하는 가운데, 최민준 정동윤 이라는 선발감들이 군에서 돌아왔다. 여기에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던 정수민이 2군에서 시동을 거는 등 올해 문제가 됐던 2군 선발 로테이션도 확실히 탄탄해질 전망이다. 외국인 스카우트가 잘 된다면 SK 선발진은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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