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리그를 통틀어 가장 큰 히트상품으로 뽑히는 kt 배정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간결하고도 단호하게 휘두른 공이 LG 외야수들의 전진 수비를 무력화시켰을 때, 배정대(25·kt)는 KBO리그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한 달 사이에 무려 세 번이나 경기를 끝내준 사나이로 기록돼서다. KBO리그 역사상 이런 적은 처음이다.

배정대는 2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 4-4로 맞선 9회 무사 1,3루에서 고우석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9월 4일 수원 SK전(끝내기 2점 홈런), 9월 18일 수원 두산전(끝내기 홈런)에 이어 9월에만 세 번째 끝내기였다. 첫 끝내기 당시에 흥분을 숨기지 못한 얼굴은 어느덧 당당하게 변해있었다.

이미 올 시즌 리그를 대표할 만한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배정대다. 28일 현재 117경기에 나가 타율 0.302, 13홈런, 58타점, 19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845다. 수비 부담이 큰 중견수 포지션임을 고려하면 이 이상의 타격 성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리그 최고의 수준의 수비력으로 kt 외야를 든든하게 지킨다. 공·수·주를 모두 갖춘 재능이 올해 들어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런 배정대는 올 시즌 애런 알테어(NC)와 리그 최고 중견수를 놓고 다투고 있다. 아직 시즌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누적 기록만으로도 리그 정상급에 속한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배정대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3.57로 리그 15위다. 외국인 선수를 뺀 국내 선수로는 10위에 해당한다.

이른바 ‘가격대비 성능비’는 만점이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배정대의 올해 연봉은 고작(?) 4800만 원이다.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5000만 원 미만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WAR 3.5 이상을 거둔 경우는 올 시즌 배정대 외에 없다. 끝내주는 사나이의 ‘가성비’도 끝내주는 셈이다. 올 시즌 팀 야수 고과 1위 가능성도 있어 인상폭 또한 끝내줄 가능성이 크다. 리그의 페이롤 감축 흐름에도 불구하고 억대연봉 진입은 따놨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차게 달려온 시즌이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쌓았고, 위축되지 않고 그 자신감을 그라운드에서 펼쳤다. 시즌 중반 타격이 다소 주춤할 때도 “감은 나쁘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배정대다. 막연한 불안감, 그리고 부진 때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그맘때 경력의 선수와는 전혀 달랐다. 그렇게 배정대는 이제 시즌 완주까지 앞두고 있다. 올 시즌 이강철 kt 감독이 내린 최고의 선택은 단연 배정대를 중용하기로 일찌감치 마음먹은 것이었다.

팀 동료이자 선배인 황재균은 “규정타석, 풀타임을 소화한다는 자체가 앞으로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배정대의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까’라는 계산에 골몰했던 이 감독도 이제는 확신을 찾았다. 팀의 미래 리드오프로 낙점하고 꾸준하게 그 자리에서 기회를 주고 있다. 20살에 ‘10억’을 받았던 이 유망주는, 이제 여러 의미에서 끝내주는 선수가 돼 팀을 이끌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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