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영(오른쪽)은 이제 대표팀보다 소속팀에 집중하려고 한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이성필 기자] 윤석영(30, 부산 아이파크)은 2013년 1월 전남 드래곤즈를 떠나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에 입단했다. 4년 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챔피언십(2부리그), 덴마크 수페르리가에서 뛰었다. 세계 최고 무대부터 유럽 중소리그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이었다.

윤석영이 유럽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5대 리그(잉글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출신 소위 '유럽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차범근(67)이 뿌린 씨앗에 박지성(39)이 싹을 틔우고, 기성용(31, FC서울), 김보경(31, 전북 현대), 구자철(31, 알 가라파), 손흥민(28, 토트넘 홋스퍼) 등이 꽃을 피우면서 유럽 진출 사례가 많아졌다.

방법은 다양하다. 이강인(19, 발렌시아CF), 백승호(23, 다름슈타트), 이승우(22, 신트 트라위던)처럼 유소년부터 유럽에서 성장한 사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의 에이스였던 황희찬(24, 라이프치히)처럼 중소리그를 거친 뒤 단계적 성장방식이 있다.

뿌듯했지만 험난했던 4년 유럽 경험. 윤석영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인터뷰 끝에는 솔직한 대표팀 이야기도 털어놨다.

▲ 올해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에 입단한 황희찬(오른쪽). 윤석영이 축구 후배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모범 사례'다.

유럽 꿈꾸는 후배들 "중소리그→빅리그, 황희찬 진출 사례 추천"

윤석영에게 QPR 경험을 물으면, "내가 생각하는 유럽이 아니었다"라고 잘라 말한다. 입단부터 프리미어리그 강등권에 주전 풀백 자원도 아니었고, 해리 레드냅 감독에게 철저하게 남처럼 취급당했다. 험난한 경쟁 뒤에 계약 기간을 채운 건 뿌듯했지만, 때로는 처절하고 서글펐다.

윤석영이 생각한 '이상적인' 유럽행은 무엇일까. 그는 "시기와 운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원하는 팀에 입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기에 못 뛰는 일이 생긴다. 솔직히 QPR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팀이라 힘들었다. 때문에, 잉글랜드 생활을 이겨내는 힘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물론 선수가 원한다고 무조건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구단 간 협상에서는 이적료 등 복잡한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가고자하는 팀과 협상이 원활해 성사됐다 해도, 입단 뒤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변수를 막는 방법은 '적절한 예열'이었다. 유럽행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윤석영은 "개인적으로 황희찬 같은 사례를 가장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럽 중소리그에서 문화와 적응을 끝낸 뒤, 빅리그에서 날개를 펼치는 길이다. 4년 동안 PL, 챔피언십, 수페르리가를 경험하고 느낀 점이었다.

"요즘에 유럽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황희찬처럼 단계를 밟는 걸 가장 추천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적응한 뒤에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로 이적하지 않았나. 과정에서 변수는 많을 것이다. 선수 마음대로 잘 안 될 수도 있다. 이적하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구단과 구단이 잘 맞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 태극마크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마음을 비운 윤석영

이제 대표팀을 내려놨어요, 더 성장 못해 미안할 뿐…

2011년, 한국 대표팀 왼쪽을 지켰던 '대들보' 이영표(43)가 떠났다. 많은 후계자 후보가 있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윤석영에게 기대가 쏠렸다. 1990년생 동갑내기 홍철(30, 울산 현대)과 '포스트 이영표' 소리를 듣기도 했다.

준수한 패스 차단, 대인 마크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A대표팀과 인연은 없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중 이란 원정(2013년 6월) 풀타임이 유일했다. 런던 올림픽 수장 홍명보(51)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야 평가전에서 종종 그라운드를 밟았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은 달랐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조별리그 3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2013-14시즌, QPR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서 자신 있었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다. 풀백 혼자서 경기를 바꿀 수 없었다. 올림픽처럼 최소 2년 이상을 준비한 대회가 아니었다.

뜯어보면 박주호(33, 울산 현대)의 족저근막염에 따른 선발이었다. 1무2패, 저조한 성적에 여론은 차가웠다. 대부분의 실점이 측면이 무너져 생긴 것이라 책임 지적도 상당했다. '런던 홍명보의 아이들'과 엮여 비판을 받았다. 폭탄처럼 쏟아지는 비판에 "신경 쓰지 말자"고 되뇌었지만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PL 승격 뒤에 8라운드부터 맹활약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설 개리 네빌에게 칭찬까지 받았다. 2015 아시안컵을 준비하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직접 윤석영에게 전화해 꼭 데려가겠다고 했다.

호사다마라고 2014년 12월, PL 17라운드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WBA)전에 사고가 났다. 윤석영은 스테판 세세뇽의 거친 태클에 발목이 돌아갔다. 회복까지 한 달 반. 장기 부상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을 만회할 수 있었던 아시안컵이 불발됐다. 후에 가끔 평가전에 차출됐지만, 한동안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다.

2018년 9월, K리그로 돌아온 뒤 기회가 왔다. 파울루 벤투(51) 감독이 부임하면서 윤석영을 차출했다. 어깨 부상이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합류했다. 너무 뛰고 싶어 테이핑을 감고 훈련에 임했다.

칠레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홍철이 전반 31분 부상으로 빠지면서, 2016년 11월 11일 캐나다전 뒤에 670일 만에 기회를 잡았다. 100%가 아닌 상황에 날카로운 크로스를 선보였지만, 칠레전 뒤에 차출은 없었다.

만 30세인 윤석영을 생각하면 아직 A대표팀에 도전할 나이는 된다. 홍철, 김진수(28, 알 나스르)와 대표팀 경쟁도 가능하다. 그러나 윤석영은 대표팀보다 소속팀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한때 이영표 후계자로 받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할 뿐이었다. 현재 대표팀 왼쪽 풀백들이 부상 없이 든든히 지켜주길. 한 걸음 멀리서 응원하기로 했다.

"스스로 아쉽다. 내가 더 잘 컸어야 했는데, 못 컸다. 나이는 가능하지만, 난 이제 대표팀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영표라는 거대한 산, 대단한 선배의 근처라도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워낙 좋은 선수가 많다. 다만 왼쪽 풀백들이 중요한 순간마다 다친다. (김)진수도 안 다쳤으면 좋겠다. (박)주호 형도 월드컵 가자마자 부상이었다. 이제 부상 없이 확실한 주전이 있으면 좋겠다."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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