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지난해 이맘때 리그 선두를 지켜야 하는 위치였다. 그러나 단 1년 사이에, 지금은 리그 최하위 추락을 막아야 하는 위치로 돌변했다. KBO리그 역사에서 이런 ‘부정적’ 롤러코스터 전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은 산술적인 가능성조차 다 날아갔다. 8월부터는 2021년을 내다본 운영으로 완전히 선회했다. 팬들의 관심도, 남은 경기에서 몇 승을 더할 수 있느냐보다는 SK가 내년에 어떻게 팀을 재건할지에 몰린다. 

이제 시즌 마지막 달로 접어드는 시점,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접수된 팬들의 질문을 선별해 두 차례에 걸쳐 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역시 내년 운영에 대한 궁금증이 압도적이었다. 미리 말하지만 이는 기자의 시각일 뿐, 구단의 공식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글 성격상 경어체는 생략함은 양해해주시길.

팀이 메워야 할 부분이 1~2가지가 아니라 역시 키를 쥐는 외국인 선수의 구성에 대해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팀의 사정은 물론, 시장의 상황까지 면밀하게 살펴야 해 최종적인 결과는 유동적일 수는 있다. 다만 결론적으로 말해, 외국인 투수 2명과 타자 1명으로 라인업을 꾸릴 가능성이 크고 개인적으로도 그 방안을 지지한다. 외국인 동시 출전 제한이 풀렸음에도 절대 다수의 팀들이 이런 구성을 가져가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실질적으로 외국인 투수 하나, 국내 투수 4명으로 선발진을 꾸리기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이는 국내 투수진이 든든하게 받쳐줘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SK의 토종 선발 중 규정이닝 소화 경험이 있는 선수는 두 명(박종훈 문승원)뿐이다. 남은 두 자리를 가능성만 믿고 채워가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발의 이닝소화다. 되지 않을 경우 불펜에 걸리는 부하가 너무 크고 SK는 실제로 올해 이 문제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게다가 SK의 불펜은 내년에도 2019년 수준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움직임도 힌트다. 결과적으로 타일러 화이트를 영입하긴 했지만, 그 전에 먼저 테스트를 거쳐 계약 직전까지 간 것은 왼손 투수였다. 구단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팀 선발진이 우완 일색인 만큼 외국인 좌완을 우선적으로 살필 것이라는 점은 합리적인 추론이다. 또한 올해 외부 영입을 추진한다면, 투수보다는 야수 풀이 더 넓다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야수는 다른 방법으로 채워넣을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9년 88승은 투수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팀 재건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대개 마운드 재건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리스트에 있는 다른 선수들과 면밀한 비교 작업도 필요하다. 확실한 건 두 선수가 재계약 리스트에 당연히 올라갈 정도의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SK가 지금 가장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이 외국인 선수 리스트업이라는 것은 이를 직접적으로 상징한다. 

제이미 로맥은 외국인 타자들 사이에서만 놓고 보면 기록에서 중위권 수준(wRC+ 5위권)인데다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위압감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이도 계속 먹고 있다. 재계약 당시 기대했던 반등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리카르도 핀토가 최근 구위를 시즌 끝까지 이어 간다면 고민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으나 전반적인 성적은 분명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타일러 화이트는 선구안 측면에서 꽤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검증이 다 끝났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현지에서 선수 수급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40인 수준의 선수들을 꽁꽁 묶을지, 혹은 젊은 선수들의 자리 마련을 위해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포기할지는 오프시즌에 들어가 봐야 안다. 메릴 켈리, 앙헬 산체스, 로맥 등을 영입한 구단 관계자가 다시 외국인 업무를 맡으면서 새 리스트를 뽑고 있는 과정이다. 그 리스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 만한 선수들도 당연히 있다. 이들의 영입이 가능하다면 현재 선수들의 재계약 가능성은 그만큼 더 떨어진다.

펀치력이 있는 김민재는, 지금 여러 2군 선수들이 1군에 올라오는 상황에서 사실 한 번쯤 콜업이 됐어야 할 자원이다. 그러나 부상으로 기회를 잃은 축에 속한다. 구단 구상에서 빠진 건 아니다. 이정범은 타격이 좋은 외야수다. 방망이 자질은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만큼 2군부터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자신이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김표승은 최근 제대했다. 본격적으로 공을 던지기 전 캐치볼 단계부터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정진기는 재활을 마쳤고, 최근 2군에서 열린 팀 자체 연습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실전 감각을 키우는 중이다. 내년 구상을 놓고 분명히 실험을 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핵심 선수다. 준비만 된다면 마지막 몇 경기라도 1군에서 뛸 가능성이 있다. 하재훈은 여전히 캐치볼 단계다. 막판 몇 경기라도 나가 구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시즌이 끝나야 가장 좋다고 보는데 성사 여부는 알 수 없다. 이원준은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시즌이 끝났다. 올 시즌 뒤 군 입대를 추진할 예정이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확실하게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젊은 선수들이 대거 군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옳은 방향으로 생각한다. 1993년생으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김주한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당시부터 올 시즌이 끝나면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김택형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 개인적으로 1년 정도 더 승부를 본 뒤 타이밍을 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군 입대를 추진한다는 정황이 없어서다.

이원준 최준우 백승건도 지금까지 확정된 군 입대 추진자로 알고 있다. 이왕이면 상무에 가는 게 가장 좋은데, 이들은 1·2군 경력이 제법 돼 서류전형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다. 올해 상무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군 출전 경력이 많아야 유리하다. 우선 이원준은 지난해에도 군 입대 추진 이야기가 있었지만 일단 1년을 더 지켜본 케이스다. 올해가 끝나면 상무 입대를 추진한다.

최준우 백승건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 내야에는 올해 박성한이 돌아왔고, 2021년 이맘때는 안상현이 제대한다. 2022년 가을 최준우가 제대하면 로테이션이 된다. 백승건도 마찬가지다. SK는 최근 3년 연속 1차 지명으로 좌완 선발 자원(백승건 오원석 김건우)을 뽑았다. 백승건이 먼저 군 문제를 해결하고 남은 두 선수가 순차적으로 뒤를 따르는 게 좋은 그림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선수들이 추가로 팀을 잠시 떠날 전망이다. 전의산은 공익근무 예정이고, 이거연 허민혁 등 다른 상무 지원자들도 합격이 되지 않는다면 현역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역 복무 기간이 짧아져 예전보다는 그래도 부담이 조금은 줄었다. 서상준 최재성도 현역으로 입대할 예정이다.

사실 코로나19 시대에 선수단 감축은 SK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불가피하다. SK는 지난해 구단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25명 남짓의 선수가 팀을 떠났다. 일단 구단 재정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는 만큼 현역 입대라도 시기상 적절하다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여러 대안을 짜는 구단으로서는 한 명의 선수가 급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 쥐고 있을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

오원석은 올해 강화 PDA에 가장 오래 머문 선수 중 하나였다. 그만큼 구단이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사실 아직 체격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았다. 올해 당장의 성적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 1군 경험을 준다는 측면에서 해석해야 한다. 손 감각이 좋은 반면 아직 패스트볼 구속에서는 약점이 있다. 적어도 평균 140㎞ 초반을 안정적으로 던져줘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구단의 선발 후보 중 좌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오원석을 위한 기회는 계속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성한은 수비력에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확실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다. 타격폼 문제 등을 시즌 뒤 고민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류효승은 펀치력 하나만 놓고 보면 팀 내 정상급의 선수다. 최근 프런트에서 추천해 1군으로 올라왔다. 수비가 문제인데, 1루나 지명타자로 완전히 전향한 상태다. 다만 이 포지션은 대개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이라 고민이 되는 부분은 있다. 비슷한 기량의 우타자들이 제법 있다는 것도 선수가 넘어야 할 숙제다.

내야와 외야를 모두 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건 로스터 운영에 도움이 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상대적으로 확장 엔트리 기간이 예년에 비해 길었다. 내년에는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에 멀티 플레이어의 가치는 충분하다. 오태곤의 경우 이적 후 연착륙에 성공했고,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인 만큼 일단 계속 기회를 주면서 제 포지션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단계다. 

팀의 어느 부분이 취약하느냐를 보기 이전에, 선수가 어느 포지션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느냐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태곤의 내야 수비력이 기존 선수들에 비해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격수나 2루수는 단기간에 될 수 없는 자리고, 3루에는 어쨌거나 최정이 있다. 

결국 코너 외야로 보내는 것이 낫다고 본다. 우선 현재 구성상 코너 외야에서는 그나마 수비 경쟁력이 있다. 둘째, 수비보다는 공격과 주루에 강점이 있는 선수인 만큼 수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현재 팀에 주력이 있는 우타 외야수가 별로 없다. 외야를 주 포지션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1루 정도는 임시로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본다. 이는 오태곤에게 특별한 변신을 강요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은 2부로 이어집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