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애미 식스토 산체스가 3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대형 루키다운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다. 자신 역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라는 점을 어필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마이애미 말린스 우완투수 식스토 산체스(22·도미니카공화국)가 완벽한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산체스는 3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2선승제) 2차전에서 5이닝 동안 4안타 2볼넷 6삼진으로 호투하고 2-0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마이애미는 산체스의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디비전시리즈 무대로 올랐다.

컵스 타선을 압도한 산체스였다. 최고구속 161㎞의 직구와 140㎞대 중반의 체인지업, 150㎞대 싱커를 섞어 던지며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산체스는 2회 2사 후 제이슨 헤이워드에게 몸 맞는 볼을 내줬지만, 후속타자 하비에르 바에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3회 역시 2사 후 이언 햅 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앤소니 리조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산체스는 4회와 5회에도 볼넷과 안타 등으로 주자들을 내보냈다. 그러나 4회에는 우익수 맷 조이스의 홈 보살로 실점을 막았고, 5회에는 2사 만루 위기에서 카일 슈와버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올 시즌 7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한 산체스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 우완투수 데빈 윌리엄스(4승 1패 평균자책점 0.33), LA 다저스 우완투수 토니 곤솔린(2승 2패 평균자책점 2.31),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우완투수 이언 앤더슨(3승 2패 평균자책점 1.95),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유격수 제이크 크로넨워스(타율 0.285 4홈런 20타점)이 강력한 경쟁자들이다.

▲ SK 시절의 김광현. ⓒSK 와이번스
그리고 또 하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2)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날 산체스의 깜짝 호투는 13년 전 김광현의 등장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경기였다.

2007년 당시 SK 와이번스 신인이었던 19살 김광현은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7.1이닝 1안타 9삼진 무실점 쾌투하고 4-0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여기에서 2승2패 균형을 이룬 뒤 5~6차전을 쓸어담아 창단 후 첫 우승을 맛봤다.

당시 김광현의 등판부터 호투는 모두 예상 밖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3.62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한국시리즈 투입은 다소 무모하기까지 한 깜짝 카드로 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광현은 우려를 씻어내고 역투를 펼쳤다.

산체스 역시 13년 전 김광현처럼 가을야구에서 중책을 맡았다. 1차전 선발투수였던 샌디 알칸타라 다음인 2선발로 발탁됐다. 결과는 대성공. 5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면서 2-0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22살의 어린 투수가 컵스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최고구속 100마일의 직구로 6삼진을 뺏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산 김광현은 이를 발판삼아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거듭났다. 김광현과 묘한 연결고리를 지닌 산체스는 애틀랜타와 디비전시리즈에서 또 한 번의 반전을 꿈꾼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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