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기쿠치 유세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완전히 다른 투수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 당시 기쿠치 유세이(29)의 투구 내용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첫 해였던 2019년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2020년에는 반드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여전히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이었고, 첫 해에는 리그 적응에 부친상 등 여러 장애물도 있었던 만큼 2년차부터는 자신의 공을 던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반등은 없었다. 기쿠치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32경기에서 161⅔이닝을 던지며 6승11패 평균자책점 5.46에 그쳤다. 올해도 눈에 들어오는 기록은 부진했다. 9경기에 나가 47이닝을 던졌으나 2승4패 평균자책점 5.17에 머물렀다. 2년 연속 5점대 평균자책점이었다. 시애틀의 기대도 다시 한 번 무산됐다.

기쿠치는 9월 19일 샌디에이고와 경기에 선발 등판(4이닝 5실점)한 뒤 언론과 인터뷰에서 “스스로 무너져 버린 것이 분하다. 경기 마지막까지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분한 심정을 드러냈다. 경기 초반 좋지 않으면 그것을 빨리 조정하고 다음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올 시즌 내내 그런 개선점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렇게 기쿠치의 2년차 시즌은 끝났고, 시애틀의 투자도 지금까지는 큰 실패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집계에 따르면 기쿠치의 지난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0.5, 올해는 0.1이다. 2년 동안 0.6을 쌓는 데 그쳤다. 투자한 금액이 있고, 시애틀의 팀 선발 사정상 기회는 계속 주어지겠지만 이 성적이라면 시애틀도 기쿠치를 빨리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계약 조건이다. 기쿠치는 시애틀과 계약 당시 최대 7년 1억9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내용을 살피면 복잡한 상호 옵션 조항이 있다. 기쿠치의 보장 금액은 3년간 4300만 달러다. 4년차인 2022년에는 상호 옵션 조건이 있다. 기쿠치는 2021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신청해 시장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2022년 1300만 달러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 기쿠치에게 보장된 금액은 4년 5600만 달러다.

구단도 옵션이 있다. 시애틀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구단의 4년 추가 옵션(6600만 달러)을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이런 성적이 이어진다면 시애틀은 4년 옵션을 실행할 이유가 없다. 기쿠치가 4년차 옵션을 실행한다고 해도 7년 계약을 모두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성적이라면 2022년을 끝으로 양자의 인연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애틀이 잡지 않는다면 기쿠치는 최대치보다 5300만 달러(약 611억 원)를 덜 받고 계약이 마무리된다. 물론 남은 3년 동안 다른 팀과 계약을 할 수도 있을 테니 5300만 달러 모두를 손해 보는 것은 아니지만, 시애틀이 기쿠치를 포기한다는 것은 다른 팀에도 이만한 조건을 제시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쿠치로서는 일단 내년에 확실한 반등을 이뤄 시애틀의 4년 연장 옵션을 이끌어내는 게 최선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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