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겸 중앙 미드필더 원두재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왜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이 '제2의 기성용'으로 기대를 모은 원두재(23, 울산 현대)를 두고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과 눈치 싸움을 벌였는지 알게 해준 경기였다.

A대표팀은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올림픽대표팀과 '2020 하나은행컵 스페셜매치' 1차전을 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으로 정상적인 A매치가 불가능했고 형님과 아우가 겨루는 이색 경기로 열렸다.

벤투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자원인 원두재, 이동경(울산 현대), 이동준(부산 아이파크)을 선발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아시아 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과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함께 수확한 이들이다. 세대교체를 고민하던 벤투 감독의 선택이었고 김 감독의 양보가 있었다.

특히 올해 K리그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인 신인 원두재에 대한 관심이 컸다. 원두재는 울산에서 수비진 앞의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성용의 20대 초반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체형이나 플레이가 닮은 부분이 있다. 187cm의 장신으로 전방을 보는 시야와 패싱력이 괜찮다는 평가다.

벤투 감독은 원두재를 권경원(상주 상무)과 함께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다. 앞선에 손준호(전북 현대)를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해 후퇴해 나서는 것이 당연했다.

원두재는 공식 A대표팀 데뷔전이 아니었지만, 대범하게 뛰었다. K리그에서 상대하는 동료들이라는 점에서 하던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에 주력했다.

소속팀 동료인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태환(울산 현대)과 잔패스를 주고받으며 움직인 원두재는 전반 10분 강력한 대인방어로 볼을 소유한 뒤 곧바로 전방으로 연결했다. 김학범호가 수비 대형을 갖추기 전 역습을 제조한 것, 마무리가 되지 않았지만 괜찮은 시도였다.

김학범호 수비는 촘촘했다. 원두재는 후방에서 답답함 대신 좌우 측면으로 길게 열어주는 패스를 시도하며 공격 창출에 앞장섰다.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상대와 경합하며 전방으로 볼을 전진시켜주는 효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때로는 중앙선 앞까지 전진해 상대와 맞서거나 빌드업하는 움직임도 보여줬다. 후반, 앞선에 패스 능력이 좋은 윤빛가람(울산 현대)이 등장하면서 원두재가 전진하는 빈도는 줄었다. 대신 수비에 더 집중하면서 순간적으로 전방을 향해 빠른 패스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물론 전진 패스가 매번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촘촘한 김학범호 수비에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기성용의 20대처럼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 원두재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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