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종합운동장 동측 출입구. 현장 인력이 입장 관중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양, 이성필 기자] "저 (내일) 제주도 내려가는 비행표도 끊지 않고 왔어요."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목소리나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국가대표팀 축구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기쁨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12일 고양종합운동장 동측 광장은 상당히 부산했다. 전날(11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축구대표팀-올림픽 축구대표팀의 '2020 하나은행컵 스페셜매치' 2차전이 유관중 입장 경기로 전격 결정됐기 때문이다.

경기를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는 정부 결정이 나옴과 동시에 E석(동측) 관중석 1, 2층 일부만 3천 명을 받기로 했다. 의자에 빨간색 테이핑을 하고 거리두기로 한정된 인원을 받는 준비에 몰두했다. 물청소로 묵은 때도 벗겨냈다. 

준비 시간이 부족해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예매 사이트와 빠르게 협의해 경기 당일 오후 3시부터 모바일 티켓으로만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갑자기 나온 결정이라 팬 동원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경기가 잘 열리지 않은 월요일에 퇴근 시간이 겹쳤다. 학생팬들의 경우 시험 기간이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직관을 굶주렸던 팬들은 경기장을 찾았다. 정확히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렸던 2019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첫 유관중 경기다. 스포츠 전체로 보면 무관중으로 시작해 유관중으로 전환 후 다시 무관중 체제다. K리그도 오는 주말 25라운드부터 경기장 입장 대비 25% 수준의 관중을 받는다.

▲ 관중 입장이 급히 결정, 국가대표 유니폼 판매 부스가 간소하게 차려졌다.

고양종합운동장 관중 출입구는 동측 관중석이다. 축구협회는 유니폼 판매 간이 부스를 설치했고 경기 운영 인력도 급히 모집했다. 한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기 쉽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확보가 됐고 경기 전 교육도 철저하게 진행됐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왔다. 두 아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상경했다는 안윤미(43) 씨는 "비행기를 탈 시간이 예매 개시와 겹쳤다.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핸드폰을 열고 예매했다"라며 "남편 모르게 아이들을 데려왔다. 내일 제주로 내려갈 비행기표도 예매하지 못했지만, 두 아들이 축구를 본다고 너무 좋아한다.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라고 전했다.

일부 붉은악마 회원도 경기장을 찾았다. 서울지부는 물론 대구, 울산, 부산 등에서도 올라왔다. 아시아 축구연맹(AFC)의 권고에 따라 육성 응원은 할 수 없고 박수만 쳤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모바일 티켓만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고 온 팬도 있었다. 입장권 판매처에 문의하고 바로 핸드폰을 연 황석우(33) 씨는 "일 끝나고 바로 왔다. 급한 마음에 현장에 있겠거니 했는데 어쨌든 구매를 했으니 다행이 아닌가 싶다"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그만큼 현장에서 보고 싶은 국가대표 축구가 팬들 앞으로 돌아왔다. 


스포티비뉴스=고양,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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