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왼쪽)과 브라이언 오르테가의 얽히고설킨 연(緣)은 오는 18일(한국 시간) 결말을 맺는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인연이 악연으로 바뀌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찬성(33, 코리안좀비MMA)은 오는 18일(이하 한국 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 아일랜드(파이트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80에서 브라이언 오르테가(29, 미국)와 메인이벤터로 나선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맞대결 불발과 박재범 폭행 사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설전 등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보인 둘 만남에 전 세계 격투 팬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얽히고설킨 두 남자의 연(緣), 처음과 끝을 아울러 살펴봤다.

시작부터 불편하진 않았다. 첫만남은 꽤 훈훈했다. 2019년 10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UFC 부산 대회 기자회견에서 둘은 처음 마주했다. 기자회견 분위기가 밝았다. 승리를 자신하는 여유와 위트, 웃음이 그득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이 끝나고 파이팅 포즈를 취할 때 '일'이 터졌다. 정찬성은 오르테가가 내민 '깜짝 손하트'에 얼굴을 감싸쥐었다.

보통은 주먹을 불끈 쥐고 신경전을 펼쳐야 할 상황. 전혀 예상 못한 오르테가의 한방은 장내 분위기를 평화롭게 만들었다.

하나 거기까지였다. 인연이 험악한 악연으로 바뀌는 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UFC 부산 대회 개막 16일 전인 12월 5일. 정찬성은 날벼락을 맞았다.

오르테가가 훈련 중 무릎을 다쳐 뛸 수 없다는 소식이 미국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정찬성에겐 대단히 실망스런, 난망한 뉴스였다. 조국인 한국에서 랭킹 1위 오르테가를 잡고 페더급 타이틀전을 강하게 요구하려던 애초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당혹스러운 건 UFC도 마찬가지. 단체는 빠르게 오르테가를 대체할 파이터를 구했다. 후속 조치는 빨랐다. 낙마가 결정된 지 하루 만에 '다섯 쌍둥이' 프랭키 에드가(38, 미국)와 계약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때 정찬성은 "에드가와 경기는 운명인 것 같다. 반드시 승리해 타이틀전 티켓을 거머쥐겠다"며 맘을 다잡았다.

여기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예기치 못한 부상은 파이터에겐 다반사다.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정찬성의 '깜짝' 트래시 토크…"드디어 움직이는 좀비"

그런데 이즈음부터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그간 트래시 토크와는 거리가 멀던 정찬성이 캐릭터를 바꿔 도발성 멘트를 입에 담기 시작했다.

2020년 2월. 정찬성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MMA 기자 가운데 한 명인 아리엘 헬와니와 인터뷰에 나섰다. 여기서 문제의 '도망자 발언'이 나왔다.

정찬성은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2, 호주)와 붙을 수 없게 된다면 대신 누구와 싸우고 싶냐는 헬와니 질문에 "맥스 할로웨이와 오르테가 둘 다 괜찮다. 하지만 오르테가는 이미 내게서 한 번 도망가지 않았나. 그런 친구와 다시 또 붙고 싶진 않다"며 도발했다.

진행자인 헬와니도 "와우, 코좀이 이런 트래시 토크를 하다니 정말 놀랍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년 시절 '꽤 거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오르테가는 가만있지 않았다. 곧장 응수했다. 정찬성 인터뷰 종료 직후 인스타그램에 "부산에서 봤을 땐 트래시 토크한 걸 사과하더니 이제 또 암캐처럼 짖는 구나"라며 반격했다.

▲ 정찬성 ⓒ 한희재 기자
오르테가는 그치지 않고 전선을 넓혔다. 문제의 인터뷰에서 통역을 맡은 정찬성 소속사 사장 박재범에게도 날 선 말을 던졌다. "제이 팍(박재범)! 싸움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내가 널 만났을 때 빰을 후려쳐도 놀라지 말라"며 살벌한 경고장을 발송했다.

박재범은 깜짝 놀랐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에게도 총구를 겨누는 오르테가를 향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재범은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 정키'와 인터뷰에서 "통역사를 쏘면 안 된다. 오르테가가 한국까지 와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 존중하지만 내겐 오직 '팀 좀비'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통역을 맡은 걸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도망자 발언' 이후 한 달…결국 충돌한 정찬성 vs 오르테가

도망자 발언을 둘러싼 갈등이 촉발된 지 약 한 달 뒤인 2020년 3월 8일. 결국 양 측은 충돌했다.

정찬성과 오르테가는 이날 게스트 파이터 자격으로 UFC 248을 나란히 지켜봤다. 정찬성이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사달이 났다.

오르테가가 정찬성과 함께 구경 온 박재범에게 다가가 뺨을 때렸다. 프로 파이터가 일반인을 상대로 위해를 가한, SNS상에서 위협이 실제 폭행으로 이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정찬성도 폭발했다. 이튿날 "오르테가와 싸우겠다"며 분노 섞인 장문 글을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2020년 3월 9일이었다.

"어젯밤 너는 진정한 남자가 아니었다. 내가 화장실에 가자마자 그저 통역을 도와줬을 뿐인, 프로 파이터도 아닌 뮤지션에게 손찌검을 하다니. 나와 싸우고 싶어 드라마를 짠 모양인데 축하한다. 네 계획대로 싸워 줄게. 피투성이 얼굴로 KO 시켜 주마. 이번엔 도망가지 마라." 

사실상 UFC에 제출한 출전 의향서였다.

오르테가 역시 지지 않았고 맞받아쳤다. 폭행 사태 초기엔 사과 뜻을 비쳤지만 이후 "'선동가' 박재범에겐 사과할 마음이 1도 없다"며 태도를 바꿨다.

가을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31일. 둘 맞대결이 공식 발표됐다. 10월 18일 UFC 파이트 나이트 180에서 두 선수가 메인이벤터로 오른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이 경기 승자가 챔피언 볼카노프스키와 붙게 된다고 공언했다. 정찬성으로선 옥타곤 커리어 2번째 타이틀전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이다.

둘의 악연은 과연 어떤 결과로 끝을 맺게 될까. 국내외 격투 팬들 시선이 곪을 대로 곪은 두 파이터 '손 끝'에 집중되고 있다.

정찬성뿐 아니라 한국 미들급 대표 강자 박준용(29, 코리안탑팀/㈜성안세이브)도 언더 카드에 이름을 올린 UFC 파이트 나이트 180은 오는 18일 새벽 5시부터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독점 생중계한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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