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유희관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올 시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섰어요. 프로 첫 선발 등판보다 긴장되고 떨리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대표 좌완 유희관(34)에게 15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 등판 기회는 무겁게 느껴졌다. 유희관은 지난달부터 등판한 5경기에서 4패, 17이닝,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한 뒤 2군에서 2주 정도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8년 연속 10승 도전을 떠나서 2개월 가까이 경기가 풀리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고, 누구보다 간절히 이날 복귀전이 반등의 계기가 되길 바랐다. 

유희관은 1회부터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포수 박세혁이 "형 얼굴이 너무 진지해서 웃겨서 공을 받지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평소 그와 달랐다. 그만큼 간절했고, 해내고 싶었다. 

1회 이용규-노태형-최재훈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유희관은 "1회를 넘긴 게 컸다. (이)용규 형, 노태형에게 약했고, 또 좌타자들에게 약한 편이었다. 처음 두 타자를 잡고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회 실점이나 피안타율이 높았는데, 만약에 1회부터 흔들려서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들이 있었다면 마운드에서 조마조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회에는 선두타자 노시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김민하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줘 0-1 선취점을 뺏겼지만, 이후 6회까지는 큰 위기 없이 무실점으로 버텼다. 그사이 타선이 15점을 지원해주면서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 

유희관은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9승(11패)째를 챙겼고, 두산은 16-3으로 크게 이기며 3연승을 질주했다. 

유희관은 8승에서 9승을 거두기까지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며 "고참으로서, 또 선발투수로서 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훈련으로 다듬는 것보다 2군에서 생각이 많았다. 이천에 있을 때 산에 올라가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10승의 끈을 사실 내려놓고 있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다시 기회를 주셨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오늘(15일) 지면 사실상 10승은 포기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야수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 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올해 관중 입장한 경기에 처음 등판해서 더 떨렸고, 긴장됐다. 경기 전에는 오늘 못 던지면 사실상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지금 상승세를 타는데 못 던져서 괜히 안 좋은 분위기로 갈까 봐 더 진지하게 던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은 시즌을 향한 각오도 밝혔다. 유희관은 "언제까지 야구를 잘할 수 없다는 생각도 했고, 나이를 먹은 것 같다. 야구를 해온 날보다 이제 야구를 할 날이 적어진 것 같다. 조금 더 야구의 소중함을 느끼고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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