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키움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에디슨 러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키움은 15일 수원 kt전 선발 라인업에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26)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아픈 곳이 있는 건 아니었다. 머리를 비울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김창현 키움 감독대행은 “경기장 나오기 전에 대화를 했다”고 운을 떼면서 “러셀이 잘 되기 위해 주위에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연습 때는 굉장히 좋기 때문에 믿고 내보냈는데 경기에 들어가면 쫓기는 모습을 봤다”고 최근 부진 원인을 먼저 짚었다. 기량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는 판단이었다. 러셀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189에 그쳤다.

러셀은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출신(2016년)이라는 화려한 경력으로 입단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 하락세에 실전 감각도 부족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입단했다. 하지만 좀처럼 그 기대치가 나오지 않는다. 62경기에서 타율 0.251, OPS(출루율+장타율) 0.648에 머물고 있다. 번뜩이는 수비 센스와 별개로, 실책 또한 12개를 저질렀다. 

냉정하게 따지면 지금은 공·수 모두에서 주전으로 나가는 게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그러나 키움은 여전히 러셀을 믿는다. 한 번의 계기만 있으면, 연습 때 보여줬던 기량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기대다. 김 감독대행이 이날 러셀에 휴식을 준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잠시 치열했던 전쟁터에서 빠져나와 생각을 다듬을 시간을 준 것이다.

김 감독대행은 “코치님들과 상의를 해본 결과, 한 번 휴식을 주면서 운동장 밖에서 생각을 정립할 수 있게끔 도와줘보자는 생각에 (선발 라인업 제외를) 결정했다. 연습 때 ‘한 번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봐라, 타석에서도 하고 싶은 거 다 시도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선수 기 살리기다. 

치열한 포스트시즌 순위 고지전을 벌이고 있는 키움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 자체는 높아진 가운데, 결국은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러셀도 그 관리대상 중 하나다. 결국 단기전에서는 해줘야 할 선수가 해줘야 하고, 선발 라인업에 들어설 가능성이 큰 러셀이 반드시 살아나야 팀 라인업에 짜임새가 생길 수 있다. 러셀이 부진을 이어 가 포스트시즌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는 시나리오는 그 자체가 키움의 골칫거리다.

키움은 러셀 없이도 마운드가 탄탄하며 버티며 이날 4-0으로 이겼다. 러셀은 비교적 빡빡했던 경기였음에도 끝까지 경기에 나서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러셀이 어떤 생각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키움에 ‘정상적인’ 러셀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찌감치 러셀의 시계를 가을로 맞춰두려는 키움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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