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잠실야구장을 찾은 야구팬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 시즌 KBO리그 야구장은 거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텅 비어 있었다. 쥐죽은 듯 조용하던, 혹은 인공의 소리로 분위기를 짜내야 했던 야구장이었다. 모두가 "적응이 안 된다", "허전하다"고 했다.

그랬던 야구장이, 우리가 알던 예전의 야구장으로 조금 더 가까워져 돌아왔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IA의 경기가 그랬다. 주말 3연전의 첫 경기를 맞이해 총 5490명의 관중이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전체 정원의 25%만 문을 연 잠실야구장(5819명)의 수용 규모를 거의 다 채웠다. 흥행 매치업이기는 하지만 예상보다는 높은 점유율이었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잠시 관중 입장이 허락됐던 시기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흥행 조건이 불리했다. 무엇보다 장마 기간에 날이 더웠다. 항상 이 시기는 관중 동원이 쉽지 않다. 여기에 매뉴얼을 처음으로 실행하면서 많은 게 혼란스러웠고, 팬들도 여전히 바깥나들이를 자제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 시대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팬들은 야구에 대한 목마름을 숨기지 못했다.

잠실야구장은 이날 철저한 방역 체계를 구축해 팬들을 받았다. 입장부터 철저하게 체온과 명부를 관리했고, 일정 거리를 띄우고 착석했다. 경기장 내부에서는 쉴 새 없이 방역 규칙 안내가 나왔다. 8월에도 침착했던 팬들은, 이번에는 더 성숙했다. 경기장 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응원을 할 때도 마스크를 썼다. 육성 응원을 앉아서 박수나 응원 타월로 대체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응원에 이처럼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히 달랐다. 거리두기로 관중석이 배치됐지만 1·3루 모두 비교적 꽉 차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응원단도, 응원석도 신이 났다. 여기에 이날은 홈팀인 LG가 1회와 7회 집중타로 승리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아오르기도 했다. 

선수들도 팬들이 돌아왔다는 것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지환(LG)은 “오래간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신났던 것도 있고, 긴장했던 것도 있다”며 팬들을 반겼다. 이날 LG 관중들의 상당수는 어느덧 가을야구를 염원하는 상징이 된 ‘유광점퍼’를 착용했다. 오지환도 대번에 느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선배분들 몇몇 입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귀띔했다. 선수들과 팬들은 한 공간에서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지만, 감은 금세 찾았다.

아직 코로나 사태는 종식된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하루에 세 자릿수 감염자가 나올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다. 당장 야구장 문이 언제 닫힐지도 모른다. 다만 야구장에서는 아직 감염 사례가 없었고, 팬들의 관람 문화가 계속해서 성숙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즌 시작 때는 야구장에서 만나지 못했지만,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는 야구장에서 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