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 결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숙이는 일이 많은 클레이튼 커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클레이튼 커쇼(32·LA 다저스)는 한때 지구상 최고의 투수로 불렸다. 정규시즌 MVP 1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3회에 빛나는 이 좌완은 정규시즌에서만 175승을 거뒀다. 게다가 모범적이고 성실하다. 팬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다.

그러나 포스트시즌만 오면 달라진다. 커쇼의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은 2.43인 반면,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35경기)는 4.31이다. 물론 포스트시즌에는 더 좋은 팀이 출전하기에 정규시즌보다 높은 평균자책점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차이가 너무 크다. 결정적으로 그 절대적인 수치 또한 ‘커쇼’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에도 위기다. 16일(한국시간) 애틀랜타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6회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5이닝 4실점 패전을 안았다. 5회까지는 1실점으로 선방했지만, 6회 장타를 연거푸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커쇼가 무너지고 방망이까지 침묵한 다저스는 1승3패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17일 5차전에서 패하면 그대로 탈락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또 커쇼가…”라는 반응이다. 물론 커쇼도 가을에 잘 던진 경기가 있었다. 11승을 거뒀다. 그러나 12패를 당했고, 그 12패 중 상당수가 아주 ‘결정적인’ 경기라는 게 문제다. 임팩트가 너무 크다. 이번 경기도 그중 하나에 포함될 만하다.

지역 최대 매체인 ‘LA타임스’도 한탄했다. ‘LA타임스’는 17일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항상 나쁜 경기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경기에서는 뛰어난 투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진이) 꼭 매년 중요한 경기에서 한 번씩 찾아온다. 그것은 지금껏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경기가 꼭 커쇼의 책임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불펜도 부진했고, 타선은 빈타에 시달렸다. 다만 커쇼가 자신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커쇼는 통산 5차례 이상 포스트시즌 선발로 나선 역대 다저스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14위(4.31)에 불과하다. 

샌디 쿠팩스(0.95), 오렐 허샤이저(1.71), 페르난도 발렌수엘라(2.00)는 물론 잭 그레인키(2.38)나 리치 힐(2.70)보다도 못하다. 심지어 류현진(4.05)도 커쇼보다는 앞에 있다.

‘LA타임스’는 “류현진이 포스트시즌에서 얼마나 부진한(poorly) 투구를 했는지에 대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서 “커쇼는 정규시즌 역대 최고의 투수다. 하지만 이 전설이 중요할 때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팬들의 기대치 자체가 커쇼와 류현진은 다르다는 의미인데 커쇼가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돌려 말하면 그것이 커쇼에 대한 비판을 키우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게 ‘LA타임스’의 생각이다. 

커쇼가 가을 비극을 끊을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는 이제 동료들에게 달렸다. 이번 가을에도 이게 현실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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