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후 첫 3할에 도전하는 LG 오지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오지환(30)은 아마도, LG의 유격수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킨 선수가 됐을지 모른다. 2010년 처음으로 주전으로 자리 잡은 뒤 2011년을 제외하면 매년 107경기 이상에 나갔다. 1군 통산 출전 경기 수가 벌써 1341경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간 어떤 벽을 돌파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받기도 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됐다. 데뷔 초기 시행착오를 겪은 수비는 이미 자타공인 인정을 받는다. 다만 공격, 특히 정확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지환의 통산 타율은 0.265다. 오지환은 16일 잠실 KIA전이 끝난 뒤 타율에 대해 “나는 부족했던 선수”라고 웃으며 인정했다. 그러나 올 시즌 뒤 평가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오지환은 16일 잠실 KIA전에서 선발 2번 유격수로 출전, 3타수 3안타 1볼넷 2득점의 맹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9-0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도 기분이 좋았지만, 개인 성적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전날까지 0.296의 타율을 기록 중이던 오지환은 이날 3안타를 몰아치며 타율을 딱 3할에 맞췄다. 올 시즌 들어 첫 3할 등정이다. 2018년 148안타를 넘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안타(149안타) 기록도 수립했다.

안정된 수비와 주루와는 다르게 타율적인 측면에서는 시즌 초반부터 고민이 많았다. 5월이 끝났을 때 오지환의 타율은 0.227이었다. 그러나 6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6월 타율은 0.289, 7월 타율은 0.337로 호조를 보였다. 9월 이후 40경기에서는 타율 0.354로 최고치다. 류중일 LG 감독이 오지환을 2번으로 전진배치한 지는 꽤 됐다. 오지환은 “더 적극적으로 쳐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오지환은 3할에 그렇게 큰 미련을 두는 유형은 아니다. 오지환은 “3할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첫 번째다. 2할9푼을 쳐도 팀에 더 공헌할 수 있다면 그게 더 나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망설임 없이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3할 타자’의 훈장은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당연히 좋다. 그간 수많은 편견과 싸우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왔던 오지환이다. ‘3할 유격수’라는 타이틀은 자신의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에 더 그렇다.

지금이 딱 3할이다.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기도 힘든 게 3할이라고 했다. 대개 몇 년의 넓은 범주에서 하는 이야기지만, 오지환에게는 남은 7경기의 이야기가 됐다. 더 힘을 낼 수 있다면 3할을 확정한다. 힘은 충분하다. 지치지 않았다. 오지환은 “선선해져서 그런지 힘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체력적인 부담은 못 느끼겠다”고 자신했다. 

LG의 역대 유격수 중 규정타석 3할을 친 선수는 류지현 현 코치뿐이다. 류지현 코치는 1994년(.305)과 1999년(.303) 3할을 기록했다. MBC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김재박 전 감독(1985년)만이 추가된다. 오지환은 1999년 류지현 이후 21년 만의 팀 첫 주인공이 될 기회를 얻었다. 3할 타이틀까지 붙는다면 오지환은 자신의 전성기가 시작됐음을 알릴 수도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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