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회 위기 상황을 정리하며 팀 승리에 기여한 전유수 ⓒkt위즈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kt는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경기에서 막판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6-4로 이겼다. 최근 3연패의 어두운 분위기를 떨쳐내는 귀중한 승리였다. 순위도 5위에서 4위로 한 단계 올라갔다.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6-2로 앞선 7회 위기가 왔다. 선발 소형준이 5회까지 던지고 내려간 뒤 이강철 kt 감독의 첫 불펜투수는 주권이었다. 주권이 기대대로 6회를 막고 내려갔다. 7회는 이보근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오늘은 이보근의 날이 아니었다. 오태곤 최정에게 연거푸 안타를 맞더니, 로맥에게도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무사 만루에 몰렸다.

무사 만루 찬스를 무실점으로 막기는 대단히 힘들다. 모두가 최소 1실점은 각오하기 마련이다. 3명의 주자가 모두 들어오지 않으면 일단 최악은 면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여기서 kt는 베테랑 전유수에게 바턴을 넘겼다. 그런데 전유수마저 첫 타자 고종욱에게 중앙 담장까지 가는 2타점 적시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 6-4 2점 리드, 그리고 무사 2,3루였다.

근래 kt 불펜에서 맹활약한 전유수도 기백이 있었다. 이재원을 2루수 직선타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잘 맞은 타구였는데 kt로서는 다행히도 수비 위치가 좋았다. 이어 김성현도 삼진 처리했다. SK는 대타 카드를 꺼냈다. 베테랑 김강민이 전유수 앞에 섰다. 주자는 이제 무조건 자동 스타트. 막느냐, 동점으로 가느냐의 최대 승부처였다. 그러자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직접 방문했다.

이 감독의 마운드 방문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이 감독은 전유수와 장성우 배터리에 몇 마디 주문을 했다. 다독이는 듯했다. 그러자 전유수는 웃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이 감독의 주문은 역발상이었다. 전유수는 경기 후 “감독님께서 (남은 주자에게) 점수를 다 줘도 동점 아니냐. 타자들이 충분히 점수를 뽑을 수 있으니 자신 있게 던지라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이 감독은 1루가 비어 있는 것을 고려해 불리한 카운트에서 너무 승부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말한 뒤 전유수를 격려하고 다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동점이 돼도 괜찮다”는 감독의 격려를 등에 업은 전유수는 더 집중했다.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고, 과감한 몸쪽 승부 끝에 김강민을 선 채로 잡아냈다. 

리드를 지킨 채 이닝을 마친 전유수는 3루측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3루 더그아웃의 동료들은 탄성을 내지르며 개선 장군을 환영했다. 전유수는 “감독님의 조언 덕에 결정적인 순간에서 몸쪽 커터로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SK의 공격 흐름은 거기서 끊겼고, 경기 막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 특유의 분위기대로 흘러갔다. kt는 기어이 연패를 끊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순위싸움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며 안쓰러움을 드러냈다. 선수단 미팅을 잘 하지 않는 이 감독이 주장 유한준에게 전화를 해 “우리 목표는 5위였는데 지금까지 잘해오지 않았나. 이제는 편안하게 하자”고 당부할 정도였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편안하게 경기를 하자는 수장의 주문은 팀 승패가 달린 순간에도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했더니 이겼다. kt는 남은 경기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을 17일 7회 상황에서 확인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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