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kt 불펜 반등을 이끈 공신들. 왼쪽부터 유원상-전유수-이보근-조현우 ⓒ한희재 기자 ⓒkt위즈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kt는 6월 15일까지 13승22패(.371)로 리그 8위에 처져 있었다. 그러나 6월 16일부터 10월 17일까지 딱 100경기에서 62승37패1무(.626)를 기록해 완벽한 반전을 만들어냈다. 이 기간 승률은 리그 1위이자,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유일한 팀이었다.

시즌 전 kt는 불펜 전력에 자신감이 있었다. 이대은을 마무리로 돌린 지난해 중반 이후 불펜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몇몇 선수들이 더해진 만큼 지난해와 같은 시행착오는 없을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선발이 잘 던져도 불펜이 경기를 망치기 일쑤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17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당시를 떠올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감독은 “솔직히 참담한 심정이었다. 20경기도 안 했는데 그랬다. 144경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했다. 선발은 버텼는데 뒤에서 무너지니 답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내린 결단이 결과적으로는 ‘올 시즌의 선택’이었다. 마무리를 바꾸고, 다른 선수들을 과감하게 중용한 것이 팀 질주의 숨은 원동력이 됐다.

kt의 6월 16일 이후 팀 평균자책점은 4.16으로 리그 1위다. 그전까지 엉망이었던 불펜 평균자책점 또한 4.07로 리그 1위다. 주권이 52경기에서 45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76으로 무게중심을 잡았다. 마무리로 돌아온 김재윤은 1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00으로 힘을 냈다. 그러나 두 선수만으로 불펜 재정비가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계산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던 선수들의 대분전이 지금의 kt를 만들었다.

이들은 시즌 전까지만 해도 불펜 전력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진 선수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경력의 하락세를 걷고 있었던 선수들이거나, 지난해 아예 kt 불펜 전력에 없었던 선수들이었다. 조현우(46경기 평균자책점 2.93), 유원상(46경기 3.40), 이보근(45경기 2.72), 전유수(31경기 4.75)가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이 감독은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맙다”라고.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보근은 올해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선수다. 키움의 40인 바깥에 있었다는 의미다. 유원상은 지난해 NC에서 방출됐다. 지난해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테스트를 거친 끝에 겨우 프로생활을 이어 갈 수 있었다. kt→롯데→kt의 복잡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조현우는 잊힌 유망주였다. 지난해까지 1군 경력이 10경기에 불과했다. 마당쇠 전유수는 그간 공헌과 별개로 올해 확고한 필승조 전력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코칭스태프의 관심 속에 다시 일어섰다. 

이 선수들의 분전 속에 kt 불펜은 잡초 같은 생명력을 선보이며 대단한 반전을 만들어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물론 이 선수들을 돌본 코칭스태프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이제 누구도 그들을 실패자라고 하지 않는다. kt도 선수 하나하나는 모두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팀 매뉴얼에 새겼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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