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의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정수민-이건욱-조영우(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021년 대반격을 꿈꾸는 SK는 마운드 정비를 먼저 살핀다.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는 공개적인 오디션에 돌입했다. 각자 나름의 장점을 가진 세 투수가 시험대에 올랐다. 기회는 줬다. 자리를 잡는 건 선수들의 몫이다.

SK는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붕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팀의 원투펀치였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과 앙헬 산체스(요미우리)는 각각 해외 무대로 진출했다. 외국인 에이스로 믿었던 닉 킹엄은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만 뛰고 시즌아웃됐고, 리카르도 핀토의 투구 내용은 들쭉날쭉했다. 그나마 문승원 박종훈이 분전하기는 했지만 팀 선발진을 안정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선수 물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단 내년에도 네 자리는 확정적이다. 외국인 선수 두 명에 문승원 박종훈이 로테이션을 지킨다. 남은 하나를 놓고는 일찌감치 세 우완에게 경쟁을 붙였다. 올 시즌 로테이션을 소화한 이건욱(25), 선발과 불펜을 오간 조영우(25), 그리고 팔꿈치 수술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히든카드 정수민(30)이 그 지원자들이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올해 팀에 돌아온 이건욱은 킹엄의 대체 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해 26경기에서 6승을 거뒀다. 규정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풀타임 선발의 자질을 확인했다. 주로 롱릴리프로 뛰었던 조영우는 선발진 합류 후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94로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수민은 막차다. 최근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84의 깜짝 호투로 구단의 기대치를 키웠다.

박경완 SK 감독대행 또한 경쟁 결과를 흥미로워했다. 박 감독대행은 17일 인천 kt전을 앞두고 “이건욱 조영우 정수민까지 세 명이 우리 팀의 내년 선발진에서 경쟁하지 않을까 싶다”라면서 “누가 낫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 세 명 다 좋을 때 기준으로 놓고 보면 누구나 다 괜찮다고 판단이 된다”고 기대를 걸었다.

세 선수 모두 자신의 장점이 확실하다. 이건욱은 세 선수 중 좋을 때의 모습만 놓고 보면 가장 구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볼끝이 좋아 140㎞대 초반의 패스트볼로도 상대 타자들과 승부가 가능하다. 공익근무로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119이닝을 큰 무리 없이 뛰었다. 다른 두 선수에는 없는 이 경력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조영우는 구속은 다소 떨어지지만 제구력과 공격적인 승부가 장점이다.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할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포크볼 등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갖췄고 상대적으로 기복이 심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꾸준히 선발 자원으로 육성된 선수에다 올해 73⅔이닝을 던지면서도 체력적으로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 

부산고 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던 정수민은 감각적인 측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정수민의 담금질을 도운 김경태 SK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하나를 말하면 둘을 실행하는 유형의 선수”라고 설명한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공의 힘도 좋고 슬라이더·포크볼·커브의 변화구 레퍼토리도 훌륭하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옆에서 보는 종속의 힘으로 볼 때 142~143㎞ 정도로도 충분히 통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장점을 가진 만큼 단점을 얼마나 상쇄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이건욱은 제구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박 감독대행은 “다른 선수에 비해 많이 던졌기 때문에 그런 단점도 보이는 것일 수 있다. 경기에 따라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많이 나는데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공을 더 많이 던지면 지금의 무기를 가지고 훨씬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조금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조영우 정수민은 구속을 더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 박 감독대행은 “제구력은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구속을 2~3㎞ 정도만 더 올리면 좋을 것 같다. 패스트볼 구속이 살면 변화구 구속도 살기 마련이다. 그러면 더 위협적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 선수의 경쟁은 단순히 내년 개막 5선발이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닌, 2021년 마지막 시점에 누가 생존해 있느냐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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