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 1선발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워커 뷸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랜 기간 LA 다저스의 에이스는 클레이튼 커쇼(32)였다. 2008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정규시즌에서만 175승을 거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의 에이스는 아니었다.

커쇼의 정규시즌(357경기) 평균자책점은 2.43이다. 역대급이라는 단어에 포함되어도 좋을 정도로 낮다. 그러나 포스트시즌(35경기) 평균자책점은 4.31에 불과하다. 잘 던진 경기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기가 더 많았다. 11승12패라는 승패가 말해준다. 특히나 결정적인 경기에서 약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커쇼는 2018년부터 포스트시즌 1선발 자리를 내놨다. 2018년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1선발은 류현진이었다. 2019년은 신성인 워커 뷸러(26)에게 맡겼다. 올해도 1선발 몫은 뷸러였다. 커쇼는 2선발로 밀렸다.

다저스의 판단은 적중했다. 역시 커쇼보다는 뷸러의 포스트시즌 성적이 좋다. 올해 물집 문제 등으로 정규시즌에서는 기대만 못했던 뷸러는 가을에 힘을 내고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1승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은 1.89로 뛰어나다. 패전은 한 번도 없었다.

18일(한국시간) 애틀랜타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도 진가를 드러냈다. 한 판만 지면 탈락이라는 중압감 넘치는 상황에서 잘 던졌다. 뷸러는 이날 6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탈삼진 6개를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선방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빡빡한 경기에서 다저스가 이기고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은 뷸러의 공이 컸다.

이 경기는 뷸러의 포스트시즌 통산 10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을 2.44로 낮췄다. 이는 위대한 투수들이 많았던 다저스 역사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성적이다.

다저스 선발투수들 중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1위(최소 5경기 선발 등판 이상)는 전설적인 투수인 샌디 쿠팩스다. 쿠팩스는 정규시즌에서도 위대한 투수였지만, 가을에도 위대한 투수였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고작 0.95에 불과하다. 역시 전설적인 투수인 오렐 허샤이저 또한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1.71로 선전했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또한 2.00으로 가을에 강했다.

이어 토미 존(2.08), 조니 포드레스(2.11)가 4·5위다. 2010년 이후, 즉 근래 투수로는 지금은 휴스턴 소속인 잭 그레인키(2.38)가 1위이자 전체 6위다. 그리고 뷸러가 그레인키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전체 7위다.

뷸러의 투구 내용은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등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저스는 19일 애틀랜타와 운명을 건 7차전을 벌인다. 여기서 이기면 뷸러의 통산 2번째 월드시리즈 등판이 성사될 수 있다. 

뷸러는 2018년 보스턴과 월드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계기다. 아직 힘은 넘쳐나는 뷸러에게 기회가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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