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아이언 터틀' 박준용(29, 코리안탑팀/㈜성안세이브)은 UFC 역사에서 깨기 힘든 기록을 세웠다.

지난 1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80 미들급 경기에서 존 필립스를 바닥에 눕히고 무려 258대를 때렸다.

UFC 역사에서 3라운드 경기 그라운드 타격 최다 기록이다. 이전 기록은 현재 WWE 프로 레슬러로 활동하고 있는 맷 리들이 2009년 세운 251회였다.

박준용은 좀처럼 깨기 힘든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지만 덤덤했다. 20일 영상 통화에서 "경기 끝나고 상처를 꿰맬 때 기록을 세웠다는 걸 알았다"며 "오히려 내 경기 후 인터뷰를 재밌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 웃었다.

박준용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인터뷰 스타일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UFC 부산 대회에서도 승리 후 "내 목소리 이상한 거 알아요"라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이번에도 그랬다. 필립스에게 판정승한 뒤 옥타곤 인터뷰에서 해설 위원 다니엘 코미어에게 기록을 세웠다고 전해 들은 다음, "함자트 치마예프보다 내가 더 때렸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 한마디의 파장은 컸다. 전세계에서 SNS 다이렉트 메시지(DM)가 6,000통 넘게 날아왔다. "인터뷰 재밌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오는 25일 UFC 254에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맞붙는 저스틴 게이치도 호텔에서 박준용을 보고 먼저 악수를 청했다.

박준용을 알아본 사람 중에는 치마예프도 있었다. 대회 당일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치마예프는 박준용에게 레슬링 겨드랑이 파기를 하며 장난을 건 뒤 "네 목소리가 너무 귀엽다"고 농담했다고 한다.

박준용은 "치마예프가 장난기가 많더라. 이야기도 하고 같이 놀았다"고 했다.

치마예프는 러시아 체첸 출신 레슬러로, 웰터급 미들급을 오가며 UFC 3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UFC에서 밀어주는 유망주다. 오는 12월, 5라운드 메인이벤트 출전 가능성이 크지만 상대가 잡히지 않아 매치업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박준용은 오는 12월 치마예프와 싸울 수 있다면 나서겟느냐는 질문에 "내가 가릴 처지인가? 엎드려 절이라도 하겠다"며 긍정 의사를 나타냈다.

박준용은 중고등학교 때 수영 선수였다. 해병대 전역 후 종합격투기 파이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12만 원 들고 상경해 2013년 프로로 데뷔했다.

10승 3패 전적으로 지난해 8월 UFC에 데뷔했다. 앤서니 에르난데스에게 아나콘다초크로 지고 절치부심해 이번 경기까지 2연승을 달렸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파이터다.

늘 배우고 있다. 박준용은 "2라운드에 팔꿈치를 맞고 눈썹 위가 찢어졌다. 13바늘인가 꿰맸다"며 "원래 3라운드 서브미션을 노리고 있었는데 컷이 더 벌어져 닥터 스톱 TKO패할 수 있다는 하동진 감독님의 지시로 머리를 박고 안전하게 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합격투기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또 하나 배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준용은 오는 25일 UFC 254에서 샘 앨비와 라이트헤비급 경기를 펼치는 팀 동료 정다운의 세컨드로 들어간다.

"새벽에도 날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정다운의 경기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면서 "이겼지만 절반만 기쁘다. 정다운까지 이기면 100% 승리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준용이 정다운과 승리를 합작한 다음에 하고 싶은 일로 딱 하나를 꼽았다. "순댓국에 막걸리 한잔이 그립다"며 히히히 웃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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