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 코로나19 속 오프라인 영화제 여는 이용관 BIFF 이사장 "끝까지 긴장"

▲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장.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 참 많이 했는데, 정말 별일이 다 있습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만난 이용관 이사장은 너스레와 함께 첫 인사를 건넸다. 전대미문의 코로나바이러스19와 함께 수많은 영화제들이 멈춰서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한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어김없이 열린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으면 취소하겠다는 방침까지 불사한 채 오프라인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올해 부산영화제는 영화와 관객의 만남이라는 영화제의 본령에 집중했다. 영화의전당 5개 상영관에서 68개국에서 온 198편의 영화를 단 한 번씩만 상영한다. 수많은 국내에서 영화인들이 부산에서 또 현지에서 GV(관객과의 대화)에 나서며 힘을 보탰고, 열성적인 영화팬들은 개막 이틀전 무려 93%에 달하는 예매율로 화답하는 중이다. 영화와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이토록 컸던 것일까. 

부산국제영화제와 시작부터 함께해 온 이용관 위원장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18년 이사장에 취임해 지금에 왔다. 25년을 통틀어 가장 약속이 적지만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용관 이사장은 "태풍도 외압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최선을 다했다. 무사히 끝마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거듭해 강조했다. 그리고 변함없는 지지와 애정을 보여준 영화인들과 관객을 향해 감사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드디어 영화제가 열린다.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둔 마음은 어떤가.

"열심히 준비했고 준비했고, 지난 며칠 점검한 바로는 무난하게 치를 수 있겠다 하지만, 알다시피 변수가 너무 많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끼리도 농담하는 것 중 하나가, 사실 부산국제영화제 하면 늘 태풍이 오지 않나. 차차리 태풍은 쉽다. 경험도 있고 노하우도 있는데 이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감염 전문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꾸리고 대비했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다. 종합상황실이 생겼고, 하루 3번씩 회의한다. 발열체크 손소독 마스크 동선체크 등 외부 점검은 끝났는데 혹시라도 내부 문제는 없나 마지막 내부 점검을 진행한다."

-여러 영화제들이 영화제를 취소하거나 온라인, 비대면으로 개최된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는 오프라인을 고집하면서 개·폐막식까지 취소하는 등 상영에 집중한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노력했다. 온라인 영화제를 1년간 준비했다면 모를까, 이대로는 불완전하다고 판단했고 고유의 유연한 흐름을 포착해내기 힘들다고 봤다.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하더라도 우리는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온·오프가 유연하게 만나는 지점을 찾고자 했는데 그것이 자유롭지 못했다. 기술적으로 불완전하면 그것이 또 다른 문제가 되겠더라.

사실 칸영화제가 7월 최종 불발된 이후에도 우리는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 이후에도 영화제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세계 영화인들에게 안심하라고 설득했고, 그들도 오프라인 개최를 믿고 작품을 줬다. 그러다 8월15일 이후 사태엔 절망도 했다. 온라인 영화제라면 유출이 걱정된다거나, 참여할 수 없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프로그래머들이 지혜를 모았고, 기적적으로 사회적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춰진다면 이 안에서라도 모든 작품을 1회씩은 상영하자 시나리오를 짰다. 안전을 위해 보다 엄격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객석당 관객 비율은 저희 스스로 25%로 정했다. 1단계 상황이더라도 1.5단계와 2단계 사이 그 어디라고 생각하면서 보수적으로 비율을 잡았다."

▲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장.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코로나19로 개최를 2주 연기했고 지난 9월7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면 영화제 못 연다'고까지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다들 조심스러웠는데 거짓말같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다.

"그땐 다만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2단계가 계속되면 못하지만, 1단계가 오면 그 이상으로 대비하자. 결국 개최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사과할 것인지까지도 준비했다. 우리가 정치적 파동을 겪을 때도 믿고 지원해준 분들에게 25년간 쌓은 신뢰가 있다. 최선을 다하고 책임져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코로나19보다 영화제에 더 큰 타격이 될 거라고 봤다. 

사실 영화제를 하냐 안 하냐를 두고 스태프조차 기진맥진한 상황이었다. 개최가 최종 결정된 건 11일 저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조정이 결정된 그 날, 서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희일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조용히 최선을 다하자 했다. 우리의 시나리오 중 하나를 채택하고 방역 자문단과 회의를 하고 조정에 들어간 게 불과 열흘 전이다. 이게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다. 만날 태풍만 걱정했는데 이런 일이 다 있다."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모습 ⓒ김현록 기자
-영화제 규모는 줄었지만 전세계 68개국에서 온 198편의 영화 관객과 만난다. 앞서 열린 국내외 영화제들과 비교해 규모도 상당하고 라인업도 탄탄하다는 느낌이다.

"반사이익도 있었다. 지난 7월까지 여러 영화제가 취소되니까 아무래도 부산으로 쏠렸다. K방역에 자신있다 할 때였는데, 우리 프로그래머들도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 열심히 뛰었다. 모든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그렇게 지금에 왔다. 어쩌면 코로나19가 불러온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이럴수록 한 작품이라도 착오 없게 하려고 다들 잠을 못 잔다. 다행히 영화제가 2주 연기되면서 예습하고 점검할 시간이 생겨 비교적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늘 태풍 때문에 하늘이 원망스러웠는데 이런 일도 있구나 생각도 들고. 그랬는데 개막일에 비가 온다고 하더라. 서로 '거봐라, 경각심을 잃지 말자,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긴장하자' 했다."

-이 초청작 중 무려 140여편의 영화가 온·오프라인으로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특히 단 한 차례 상영에서 제한된 관객을 만나기 위해 한국영화 초청작 감독·배우들이 모두 부산에 와 GV를 한다니 놀랍다.

"태국 베트남의 경우 한 작품씩 한국과 현지에서 동시상영을 하고 온라인 GV도 함꼐 진행한다. 새로운 대안이자, 테스트의 의미도 있다. 그리고 한국영화인들이 100% 부산에 내려온다. 감동적이다. 부산영화제가 왜 책임이 막중한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일이다. 영화제를 통해서 한국영화의 코로나 블루를 어떻게든 해소해보자는, 큰 힘과 의미가 되어주신다. 물론 GV 외 외부 모임은 자제하자 했고,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방역에도 힘을 기울인다. 부산에 와주시는 것만도 감사한데 마스크를 쓰고 GV를 하겠다는 분들도 많아 감사했다. 그런데 또 관객으로선 얼굴을 마주하는 기쁨도 크니까 고민이 있었다. 시, 자문단과 여러 방안을 검토했고, 게스트는 마스크를 쓰지 않되 적어도 객석과 5m 거리를 두고 차단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상영은 온라인이지만 한국과 해외를 잇는 GV와 기자회견이 다원생중계 방식으로 열린다. 언택트가 불가피한 시대에 온라인으로 서로를 찾아가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런 형태가 많아지지 않았나. 경험이 쌓이면 내년에는 더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막을 이틀을 앞두고 상영작 예매율이 무려 92~ 93%에 이르렀다. 상영 규모가 축소된 걸 감안하더라도 관객들이 엄청난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게 가장 큰 힘 아니겠나. 해외 영화인들, 한국 영화인들에게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관객들이 그것을 믿어주신 것에 감사하다. 그것이 부산국제영화제의 힘이라는 게 다시 한 번 증명이 된 거다. 그것이 결정적이다. 영화 한 편을 위해서 전국의 관객이 이 곳에 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라면 그렇게 할까 싶다. 정말 대단한, 못말리는 관객들이다. 그리고 그분들 덕에 '이렇게 영화제를 하길 잘했구나' 상기하게 된다. 그 맛에 이렇게 영화제를 한다. 큰 격려이자 용기가 된다. 역시 방점은 관객에게 찍힌다."

▲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장. 제공|부산국제영화제
-해외 영화제는 물론이고 한국의 여러 영화제, 영화계가 부산영화제를 지켜보고 있다. 반응이 어떤가. 좋은 선례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도 막중할 것같다.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니까 반응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일단은 무사히 끝마치자 한다. 올해는 자원봉사자가 없다. 150명 정규직 계약직 직원만으로 영화제를 꾸리니 폐막 다음날 하던 자원봉사자 해단식도 없다. 결산도 천천히 할 것이다. 물론 방역이 최우선이고, 예외적인 영화제인 만큼 충분한 자료를 모으자는 의미도 있다. 저 먼저 사라지려고 한다.(웃음)

물론 모든 게 무사히 치른 다음의 이야기다. 방역이 최우선이라 만약을 위해 공식 비공식 미팅도 다 하지 않고, 이렇게 일정이 없는 게 25년 만에 처음이다. 그런데 25년 통틀어 이렇게 힘든 영화제가 있었나 싶다. 정치적 탄압 받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이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오로지 흐름과의 싸움이다. 운 좋게 여기까지 왔고 그렇기에 더 최선을 다한다.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올해 예산은 어떻게 되나.

"11년째 동결이다. 영화제 규모는 커져왔는데 인플레 등을 감안하면 심각하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로 가용 예산이 많지 않다. 스폰서가 적고 수입이 발생하지 않아 시비와 국고보조금으로 운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경상비 지출이 안된다. 다행히 문광부와 영진위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부산시로서도 전례가 없는 일인데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있다."

-개막식을 열지 않고 개막작을 상영한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봉준호, 이창동,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많은 분들이 영화제를 앞두고 응원과 지지의 영상을 보내주셨다. 상영에 앞서 편집한 영상을 약 15~16분 튼다. 개막선언도 영샹으로 하고 무대에는 아무도 안 올라간다. 그리고 개막작 '칠중주:홍콩 이야기'가 상영된다."

-자 이제 진짜 시작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한말씀.

"역시 영화제의 핵심은 관객 아니겠나. 이제 관객에게 달렸다. 부산 시민들의 포용력, 관객들의 애정과 시민의식을 믿으며 또 그에 감사드린다. 혹여 외부유입이 있을까 시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무 염려치 마시라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