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아성. 제공ㅣ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고아성은 국내 20대 여배우 중에서도 눈에 띄게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며 나날이 성장 하고 있는 배우 중 한명이다. 그가 '항거'의 유관순 다음으로 선택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이자영은 전작의 무게감은 덜어내면서도 선명한 주체성을 가진 인물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고아성은 실무 능력은 퍼펙트하나 현실은 커피 타기 달인인 생산관리3부 이자영 역을 맡았다. 당시 여성들이 겪은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통쾌한 반격으로 관객들에게 유쾌함과 희망을 주는 작품이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 개봉을 앞두고,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고아성은 "개인적으로 밝은 영화를 하고 싶었다. '항거' 개봉 후 뿌듯함도 있었지만, 다음엔 좀 밝고 명랑한 역할을 만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마침 제목부터 독특한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제가 정말 원하던 캐릭터와 영화 톤이었다. 끝까지 읽어보니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 밝고 명랑한 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 안에 진중한 메시지도 있고, 삶의 의미랄까, 일하는 사람의 모습도 담겨 있어서 재밌게 봤다."

▲ 고아성. 제공ㅣ롯데엔터테인먼트

시작은 흥미로운 제목에 끌렸지만, 고아성은 작품에 임하면서 시나리오 속 95년도의 일하는 여성들과 함께 호흡하며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제가 이 영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분장과 의상 테스트를 한꺼번에 한 적이 있다. 그때 옛날 화장 하고, 옛날 옷을 입고 있다가 완성된 모습을 거울로 봤다. 저는 95년도에 관한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 모습을 봤는데 그 당시에 저 일하던 회사에 다니던 이모, 제가 봤던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단상이 기억이 났다. 자료화면이 아니라 진짜 내가 기억하는 뇌리에 있는 여자들이라는 생각이 난 거다. '이거 진짜 잘해야겠다' 싶었다. 우리 영화가 그렇게 진지하고 무겁게 다가서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당시 실제 겪었던 분들이 기억하고 계신다는 생각에 그 때 처음으로 마음 다잡았던 거 같다."

이런 마음으로 임했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촬영 전후로 인간 고아성으로서도 변화의 계기가 됐다. 꾸준히 강단 있고 주체적인 인물들을 연기해온 덕에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스스로 노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사실 이자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바뀐 거 같다. 정말 내성적인 사람이었는데, 이번 영화 찍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되게 바뀌었다'거나 '외향적인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작품들을 통해서 강단이 있고, 주체적인 캐릭터들을 많이 맡아왔다. 제가 연기했던 역할들을 통해서 제 가치관에 많이 영향 받았고 많이 배운 거 같다. 그치만 그게 저를 외향적으로 바꿔주진 않았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하면서 제가 의도적으로 끌어 올린 부분도 있었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스스로부터가 성격을 조금이라도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서 현장에서 괜히 말을 많이하고 어색함을 풀려고 사람들한테 먼저 다가갔던 거 같다."

▲ 고아성. 제공ㅣ롯데엔터테인먼트

고아성은 이번 작품으로 오피스물만 4번째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버릇처럼 소품으로 만들어진 그 인물의 '사원증'을 받아온다는 그는 "이번에 네 번째 사원증을 갖게 됐다. 대리는 아니고 사원용이다"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오피스물에 꾸준히 캐스팅 되는 이유가 될 법한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수행할 때 그 사람이 갖는 뿌듯함이랄까, 그런 게 인간의 아름다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이번 영화에서 나온 거 같다. 저도 영화를 만날 때마다 늘 책임감이 강한 캐릭터를 만난 거 같다. 감독님들께서 저한테 그런 면을 많이 뽑고 싶어하는 거 같다."

물론 고아성 특유의 섬세한 캐릭터 해석이 더해졌기 때문에 관객들이 자영이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영이의 캐릭터 안에서 중요한 장면이 몇개 있다. 가장 첫 번째로 나오는게 서울대 찾아가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예를 들면 서울대 들어설 때는 수업시간인지 캠퍼스에 사람이 한명도 없었는데 거기서 교수님을 만나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게 깨닫고 나오면 학생들이 쏟아진다. 그 때 '나는 작은사람이구나'를 느끼고, 대자보 보고 다시 찾아가는 장면다. 저도 그 장면을 시나리오에서 보고 빨리 찍고 싶었다."

"자영이가 적당히 멋을 부릴줄 아는 직원이지만 이때만큼은 작아 보일 수 있도록 톤을 다르게 칙칙한 스타일로 입게 됐다. 그게 정말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자영이 그간 열심히 노력했지만 좌절하는 게 그 과수원집 소녀와 다시 마주친 짧은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사과 먹는 장면도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과도 상의를 많이 했는데 소녀가 사과를 줬을 때 망설임의 정도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 지, 사과를 베어 물고 삼키지 말아야 하는지, 바로 삼켜야 하는지, 정말 많이 연구를 했다. 그 모든 버전을 다 촬영했다. 결국 '아 나는 이 사람들과 한 몸이 될 거다' 라고 기꺼이 사과를 삼키는게 오케이 컷으로 됐다."

▲ 고아성. 제공ㅣ롯데엔터테인먼트

끝으로 고아성은 스스로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남은 작품인 만큼, 이 작품을 보게 될 관객들에게 관람 키워드로 '낭만'이라는 표현을 전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각자가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건 다르겠지만, 실제 그 시기를 겪으셨던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조금 낭만적으로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0월 21일 개봉해 절찬리 상영 중이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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