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제공ㅣ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평범한 사람들이 부조리한 상황을 마주하고, 작은 힘을 모아 똘똘 뭉쳐 회심의 한 방으로 승리하는 이야기다. 찝찝한 현실의 홍수 속에 어쩌면 판타지인 이 이야기는 단비처럼 등장해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개운하게 씻겨줄 준비를 마쳤다.

21일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배우가 주축으로 나서 90년대 대기업에 근무하던 고졸 여자 사원으로 분해 각기 다른 개성을 살려 연기했다.

고아성은 실무 능력은 퍼펙트하나 현실은 커피 타기 달인인 생산관리3부 이자영 역을, 이솜은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로 뼈 때리는 멘트의 달인인 마케팅부 정유나 역을, 박혜수는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이지만 실체는 가짜 영수증 메꾸기 달인인 회계부 심보람 역을 맡았다. 각각 꼭지점 끝에 있을 것처럼 전혀 다른 성격의 세 사람을 연기 베테랑인 세 배우가 내공을 살려 실존인물처럼 구현했다. 친구인 척 영화를 찍다보니 진짜로 친해져버린 세 배우의 '절친' 케미스트리는 덤이다.

영화는 실제로 90년대 대기업에서 고졸 말단 사원들을 위해 토익반을 개설했던 사례에서 출발, 페놀 방류 사건을 엮어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 제목에 있는 '토익'이 시선을 압도하지만, 실제로는 토익보단 '페놀'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따라가는 오피스물이다. 미약하지만 나름 비범한 세 친구는 토익을 준비하는 동시에 각자의 장점을 살려 정의구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으로 매력을 뽐낸다.

줄거리부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전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기대했던 통쾌한 반전과 승리의 짜릿함도 보장되는 구성이다. 물론 그 과정은 녹록치 않고, 감독도 엔딩까지는 관객들에게 쉽사리 승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다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흥미로운 긴장감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석구석 신경썼다.

이를 위해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비주얼과 선악을 오가며 입체적으로 변모하는 캐릭터들로 지루하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하며 중심 스토리를 전개한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올린 서사를 딛고 완성된 엔딩은 종종 이런 상황에서 '영화적인 결말'이라는 말로 행해지는 배신 없이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뿌듯하고 후련한 승리의 여운을 안겨준다. 코로나 시대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기분전환을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겐 더없는 선물이 될 듯 하다.

특히 '여성 3인이 주연으로 나섰다'라는 의미로만 주목 받기엔 상업영화 그 자체로서의 재미나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 매력적인 캐릭터 등 더 큰 장점들이 많다. '우리가 응원해야 할 여성영화'가 아닌 '요즘 볼만한 재밌는 영화'란 타이틀이 더 적합한 작품이다. 엔딩크레딧 끝까지 이어지는 8비트 도트 캐릭터 애니메이션도 놓치지 말자.

21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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