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포스트시즌 다승 공동 5위에 올라선 클레이튼 커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클레이튼 커쇼(32·LA 다저스)는 한때 지구상 최고의 투수로 불렸다. 그 타이틀을 반납한 지금도 엄청 잘 던지는 투수다. 그러나 그 커쇼의 이미지가 드라마틱해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만한 활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이영상에 리그 최우수선수(MVP),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투수라는 호칭 등 개인적으로 이룰 건 다 이뤘다. 이제 남은 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다. 하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월드시리즈 우승 타이틀이 없다. 스스로도 월드시리즈를 비롯한 포스트시즌 등판 성적이 좋지 않았다. 매년 좌절에 휩싸여 고개를 숙인 사진은 이제 커쇼의 상징이 됐다.

이처럼 그를 ‘가을의 전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승 타이틀도 없고, 어떤 한 시즌을 이른바 영웅적으로 끌고 간 적도 없었다. 그러나 8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간 선수라 가을 경험은 어느 선수 못지않게 풍부한 편이다. 커쇼의 통산 포스트시즌 등판은 무려 36경기(선발 29경기)다. 소화이닝은 183⅓이닝이다. 정규시즌 한 시즌 분량이 나온다.

큰 마음을 먹고 다시 나선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기대감도 키웠다. 커쇼는 21일 미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월드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커쇼는 이날 무려 19차례의 헛스윙을 유도했는데, 이는 자신의 포스트시즌 경기 중 최다 기록이었다. 말 그대로 가장 잘 긁힌 날이었고 성과도 좋았다.

팀의 8-3 승리를 이끈 커쇼는 포스트시즌 12번째 승리(12패)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도 4.22로 소폭 낮췄다. 12승은 역대 포스트시즌 다승 공동 5위 기록이다. 앤디 페티트(19승), 존 스몰츠(15승), 톰 글래빈, 저스틴 벌랜더(이상 14승) 만이 커쇼 앞에 있다.

벌랜더의 나이(1983년생)와 부상으로 인한 내년 시즌 불참 가능성, 그리고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전력인 LA 다저스 소속임을 생각할 때 페티트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가장 유력한 선수가 커쇼일 가능성도 있다. 

커쇼는 이날로 201개의 포스트시즌 통산 탈삼진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200탈삼진 돌파는 역대 두 번째다. 커쇼 앞에는 벌랜더(204개)만이 있다. 월드시리즈에서 추가 등판이 있을 것으로 보여 기록 경신은 매우 유력하다. ‘가을의 전설’은 아닐지 몰라도, ‘가을의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좋은 투구와 함께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한다면 지금까지의 비극도 조금은 잊힐 가능성이 크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