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리그 유일의 200이닝 달성자가 될 가능성이 큰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kt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는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루틴을 가졌다. 4일 휴식 후 등판을 고수하려 애쓴다. 투구 수도 “많이 던질수록 몸이 풀리는 스타일”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외국인 투수들이 굳이 4일 휴식을 고집하지 않는 것과는 대비된다.

데스파이네에게 ‘4일 휴식 후 등판, 100구 이상 투구’는 당연한 일이고, 스스로가 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kt 코칭스태프에서도 반신반의했다. “이러다 나중에 지치면 어쩌나”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데스파이네는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며 왔다. 시즌 막판 체력이 한계에 이를 때가 됐는데도 크게 지친 것 같지는 않다. 21일 수원 삼성전이 그랬다.

근래 들어 다소간 성적이 처진 데스파이네였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은 4.62였다. 최근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는 한 번에 불과했다. 지난 16일 인천 SK전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했지만 그마저도 패전이었다. 다시 한 번 ‘4일 휴식’에 대한 의구심을 보낼 만할 때, 데스파이네는 21일 경기에서 6이닝 동안 110구를 끄떡 없이 던졌다. 마치 “체력은 걱정 하지마”라고 말하는 듯했다.

물론 팀 타선이 불발로 끝났고, 데스파이네도 1-0으로 앞선 6회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해 승리투수 요건은 없었다. 시즌 승수도 15승에서 꽤 오랜 기간 멈춰있다. 팀이 연장 10회 접전 끝에 이겼다는 것, 그리고 평균자책점을 종전 4.27에서 4.19로 조금 낮췄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사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특별히 인상적인 성적은 아니다. 리그 최고 투수라고 하기에는 크게 높은 감이 있다. 그러나 부지런만 따지면 독보적이다.

데스파이네는 이날까지 총 202이닝을 소화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먼저 200이닝을 넘긴 선수가 됐다. KBO리그에서 근래 마지막 200이닝 사례는 2017년 헥터(당시 KIA)의 201⅔이닝이었다. 데스파이네는 이를 넘어섰다. 현재 추이를 보면 올 시즌 유일한 200이닝 달성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날까지 데스파이네의 총 투구 수는 3421개다. 이는 144경기 체제 개편(2015년 이후) 뒤 단일 시즌 투구 수로는 가장 많다. 종전 기록은 2016년 헥터(KIA)로 3334개, 3위는 2015년 조쉬 린드블럼(당시 롯데)의 3329개였다. 데스파이네는 예정대로면 한 차례 등판이 더 남았다. 3500개 이상을 던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당분간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기록이 될 전망이다.

평균자책점은 4점대지만, 그래도 200이닝을 먹어치운데다 15승을 거뒀다. 데스파이네의 진짜 가치는 국내 투수들의 보호다. 4일 휴식 후 등판을 고수한 덕에 소형준 배제성 등 국내 투수들이 추가 휴식을 취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등판 간격의 조절이 필요한 선수들이다. 이강철 감독이 데스파이네에 대해 “기록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때로는 평균자책점으로 볼 수 없는 투수의 가치가 있음을 데스파이네가 증명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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