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에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뒤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다린 러프(왼쪽)와 브룩스 레일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보통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의 즉시 전력 기준이 되는 건 40인 로스터 정도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MLB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들은 또 제한된다. 

액티브 로스터에 들어갈 선수 중 90% 이상은 구단의 계산에 이미 있는 선수들이다. 계약 조건 등이 복잡한 상황이 많다. 이 때문에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가 MLB 로스터에 들어가 오래 활약하는 경우는 사실 사례가 많지 않다. 반대로 잠깐 들어갔다 다시 40인 밖으로 양도선수지명(DFA) 되는 경우, 혹은 아예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수많은 선수들이 오프시즌에 스프링트레이닝 초대권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지만 성공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브룩스 레일리(휴스턴)와 다린 러프(샌프란시스코)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두 선수는 60경기 단축 시즌 체제로 진행된 올 시즌 꾸준히 MLB 로스터에 있었다. 3년 보장 계약을 맺은 조쉬 린드블럼(밀워키)과는 또 다른 케이스다.

KBO리그에서 활약하다 각각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두 선수는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기어이 MLB 로스터에 합류했다. 물론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선수 수급 시장이 특이했던 점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팀에 ‘필요성’을 입증했고, 시즌 마지막까지 생존했다. 

2016년 이후 MLB 무대에 복귀한 러프는 40경기에서 타율 0.276, 5홈런,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7의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완벽한 주전은 아니었지만 플래툰 멤버로는 확고한 위치가 있었다. 신시내티와 휴스턴을 거친 레일리는 21경기에서 20이닝을 소화하며 1패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4.95로 활약했다. 레일리는 팀의 포스트시즌 로스터까지 포함되며 성공적인 시즌을 마쳤다.

사실 KBO리그에 남는 게 금전적으로나, 환경의 안정으로나 더 좋을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30대 나이에 도전을 택했고 보란 듯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내년 전망도 비교적 호의적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레일리가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내년에도 팀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러프가 브랜든 벨트의 백업이자 팀의 플래툰 선수로 생존할 가능성을 점쳤다. 

만약 두 선수가 내년 개막 로스터에도 생존한다면, KBO리그에서 MLB로 간 선수들의 특이한 성공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이 루트를 밟은 선수들은 대개 보장 계약을 맺고 간 선수들이다. 한국인 선수들은 물론 에릭 테임즈, 메릴 켈리, 조쉬 린드블럼도 그랬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2년 이상 꾸준히 성공한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두 선수는 오프시즌이 주목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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