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기자회견에 나선 한화 김태균.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한화 이글스를 떠나는 김태균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김태균은 21일 구단을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 김태균은 2001년 한화에 입단한 뒤 2010~2011년(일본 진출)을 제외하면 18년을 한 팀에만 몸담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팀을 넘어 리그에서도 국내 우타자 최초 300홈런·2000안타, 역대 최다 86경기 연속 출루 등 각종 기록을 세운 '대타자'지만, 최근 리빌딩 중인 팀의 방향성과 자신의 재기를 가로막는 부상으로 인해 올해 은퇴를 결심했다. 

김태균의 기자회견은 눈물로 시작했다. 약 5분간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 김태균의 첫 인사는 "먼저 20년 동안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셨던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는 말이었다. 김태균은 팬을 언급한 뒤에야 감독들과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가 유니폼을 벗는 데 있어 가장 마음의 짐이 된 것도 팬들과 약속이었다. 김태균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것은 영광이었고 이제 이글스 유니폼을 벗는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좀 착잡하다. 언제나 시즌 시작하기 전 팬들에게 '열심히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인터뷰를 하면서 희망을 드렸는데 그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정말 팬들에게 죄송하다. 남은 인생에서도 편생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눈물을 보였다.

팬들에게 우승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그는 자신의 선수 생활에도 박한 점수를 줬다. "개인적으로 후회 없이 노력했다"고 말한 김태균지만 '선수 생활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30~40점 밖에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김태균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점수를 매길 수도 없고 매겨서도 안 되지만, 굳이 매기자면 팀의 중심타자로서 팀이 우승할 수 있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줄 수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움 가득한 현역 생활을 돌아봤다.

김태균은 무거운 마음에 은퇴 경기 제안도 고사했다. 그는 "모든 선수가 처음도 중요하지만 마지막도 중요하고, 팀도 좋은 성적에 개인도 좋은 기록을 내는 멋있는 상황을 꿈꾼다. 나 역시 이승엽 선배, 박용택 선배처럼 좋은 마무리를 꿈꿨었고 기대했지만, 다 상황이 다르고 그 선배들은 워낙 뛰어난 선배라 가능했던 것 같다. (은퇴 경기는) 내가 하려던 한 타석에 다른 선수가 나가서 내년에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자신을 한껏 낮추고 박한 평가를 내렸지만, 팬들은 그동안 김태균에게 다양한 별명을 붙여주며 애정과 관심을 드러냈다. '김질주'와 '한화의 자존심'을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으로 꼽은 김태균은 "안 좋은 별명도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의 강점인 '김별명'이 있으니까. 어떤 식이든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으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 못 느꼈지만 지금은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것 같다는 것이 아쉽다"고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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