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을 준비하면서 소통을 강조한 허문회 롯데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2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허문회 롯데 감독은 “어제 밤에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모두 사라진 밤이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반성을 많이 했다고 했다. 올 시즌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자신에게 돌렸다. 핑계를 대지 않았고, 선수 탓도 하지 않았다. 그는 “초보 감독이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초보 감독 맞는 것 같다. 인정한다”고 강조하면서 “개선할 것은 개선하겠다. 잘못했던 것, 팬들에게 죄송한 것, 구단에 미안한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은 잘했다”고 감쌌다. 

롯데는 지난해 꼴찌 팀이었다. 그것도 압도적인 꼴찌였다. 144경기에서 48번 이기는 데 그쳤다. 승률(.340)은 리그 유일의 3할대였다. 그런 롯데가 올해는 5할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으니 나름 괄목할 만한 성적 향상은 맞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아쉬운 게 많았다. “초반에 너무 여유를 부렸다”, “결과적으로 레이스 운영을 잘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 감독도 “내가 순간순간 야구장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고 겸허하게 인정했다.

그렇게 올 시즌을 돌아보고, 내년 각오를 말하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공교롭게도 ‘소통’이었다. 허 감독은 “상황 판단이 흐린 것을 인정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감독도 계시겠지만, 나는 실수를 많이 했다. 내년에는 그런 실수가 없게끔 코치들과 논의하고 소통하고 구단과도 소통하겠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소통길이 열려야 잘되는 것이라 느꼈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험에서 뭔가 교훈을 얻은 듯했다.

사실 꼴찌 팀이 단기간에 우승권으로 도약하기는 힘들다. 프런트도 아직은 선수층이 약한 팀 현실을 인정한다. 팬들이 올해 원한 것도 패배의식 탈피, 점진적인 성적 향상이었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이 목표는 이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소통’에서 터져 나왔다. 성민규 단장으로 대변되는 프런트, 그리고 허문회 감독으로 대변되는 현장의 ‘불통’ 혹은 대립 징후가 자주 튀어나왔다. 

현장과 프런트가 항상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볼 수는 없다. 생각의 차이, 주도권 싸움은 어느 팀에나 있다. 심지어 올해 롯데보다 더 심한 사례도 많았다. 현장 내부, 프런트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다만 롯데처럼 그것이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올해 롯데는 누가 봐도 뭔가 충돌이 있는 조직처럼 보였다. 구단의 전체적인 행보에 도움이 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보는 사람도 조마조마, 스트레스다.

그래서 허 감독이 프런트와 ‘소통’을 2021년 기치 중 하나로 들고 나온 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장과 프런트가 하나로 뭉치려면 서로의 구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소통이라는 것을 꼭 의견의 일치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롯데가 2021년 더 강해질 수 있는 방안의 논의가 허심탄회하면서, 또 치열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 이상의 불협화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의미한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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