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폼의 미세한 수정 이후 대폭발한 제이미 로맥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5)은 스프링캠프 당시 이진영 신임 타격코치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너무 많은 조언을 들으면 내 것이 흔들릴 수 있으니 내가 찾아갔을 때 문제점을 이야기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일단은 자기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로맥은 KBO리그 4년 차를 맞이하는 검증된 타자다. 2018년에는 43홈런을 기록했다. 부진했다는 지난해에도 29개의 홈런을 쳤다. SK는 재계약을 선택했다. “로맥의 올해(2019년) 성적이 하한선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실적이 있었으니 굳이 폼에 손을 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예전부터 지적된 약점은 SK 코칭스태프 내부에서 공유되고 있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로맥은 전반기 부진했다. 전반기 71경기에서 타율은 0.252, 13홈런에 그쳤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828에 그쳤다. 로맥에게 기대했던 성적과 큰 거리가 있었다. 시즌 초반 팀 타선이 부진했을 때 활로를 뚫어주지도 못했다. 같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이는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로맥도 이때쯤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때 이진영 코치를 찾아갔다. 이 코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간 생각했던 부분들을 아낌없이 조언하기 시작했다. 이 코치는 로맥의 손 위치에 주목했다. 선수 특성과 다르게 앞에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코치는 손의 위치를 뒤로, 홈플레이트 쪽으로 이동하길 바랐다. 미세하지만 큰 차이였다.

이 코치는 “로맥은 힘이 있는 타자다. 다만 상체 위주의 타격을 한다. 하체를 잘 쓰지 않는 유형”이라면서 “변화구에 헛스윙이 많으니 손의 위치를 뒤로 보내고 힙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폼을 바꾸자고 했다. 파워가 좋으니 이렇게 해도 장타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타구의 방향성을 조금 더 중앙으로 보내는 데 힘을 썼다. 이 코치는 “알버트 푸홀스의 타격폼을 벤치마킹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서로 의사소통도 했다. 시즌 중반 훈련을 하며 3일 내내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로맥도 마음을 열었다. 사실 이 방법은 예전부터 논의된 것이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 시절에도 타율이 떨어질 때마다 손의 위치와 높이를 놓고 토론했다. 로맥도 잠시 잊고 있었던 당시의 좋을 때 모습을 떠올렸다. 외국인 타자들은 보통 폼을 잘 바꾸려고 하지 않고, 이는 로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계약과 성공이 절실해진 로맥은 시즌 중반 주위의 의견을 수용했다.

▲ 로맥은 후반기 맹활약으로 재계약 가능성을 스스로 높여가고 있다 ⓒ한희재 기자
점차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헛스윙이 줄어들고, 콘택트 비율이 높아졌다. 정확하게 맞는 타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로맥의 힘을 타고 장타가 많아진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런 로맥은 22일까지 후반기 65경기에서 타율 0.326, 19홈런, 54타점, OPS 1.101로 대반등했다. 승부처에서도 강해졌고, 중요한 순간 팀을 끌고 가는 한 방을 터뜨린다. 폼의 변화, 그리고 재계약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로맥의 변신을 이끈 것이다.

로맥의 재계약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SK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후보들과 비교를 거친 뒤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원론적이고, 그게 순리다. 장점은 KBO리그 적응이다. 힘과 태도는 검증이 됐다. 흠을 잡을 곳이 별로 없다. 불리한 것은 나이다. 내년에 만 36세다. SK도 “언젠가는 바꿀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에 공감한다. 교체가 올해냐, 혹은 그 이후냐의 문제다. 시장 상황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단순하게 접근할 부분은 아니다. 그간의 정을 떠나 신중하고 냉정하게 보는 게 옳다.

그러나 실력 있는 선수라면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반기 로맥은 자신이 재계약을 해야 하는 명분을 전혀 주지 못했다. 후반기 로맥은 다르다. 재계약 명분을 성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최악이었던 여론이 호의적으로 바뀐 것도 보폭을 넓혀준다. 무엇보다 그간 약간의 고집이 있었던 로맥의 폼 수정 이후 발사각이나 타구 속도 등은 자세히 들여다볼 가치가 충분하다. 장단점 분석은 내년 예상 성적 판단의 힌트가 될 것이다. SK가 진짜 고민에 빠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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