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의 마음이 통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인천, 이성필 기자] '이겨내자', '살아남자', '후회말자'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부산 아이파크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파이널 그룹B(7~12위) 26라운드를 앞두고 다양한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경기장 곳곳에 내걸었다. 유관중 재전환 후 첫 경기였기에 힘을 불어넣으려는 의미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경기 전까지 인천은 승점 21점으로 꼴찌였다. 반면, 부산은 25점으로 10위라 비겨도 잔류에 성공해 한결 느긋했다. 3천428명의 관중은 인천의 승리를 애절하게 기원했다.

인천 장내 아나운서는 선수 소개마다 '인천의 자존심'을 붙였다. 자존심을 걸고 싸워 이겨 마지막까지 가서 꼭 K리그1에 잔류하자는 뜻이었다. '지금 기회가 왔다. 그걸 잡아라'는 현수막이 절절하게 대변했다.

인천 직원들은 말을 아꼈다. 한 직원은 "결국 끝까지 가네요"라며 벼랑 끝으로 몰린 현실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말속에는 부산전이 아닌 FC서울과 최종전까지 가서 잔류 해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2003년 팀 창단 후 매년 어려운 상황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승강제 도입 이후에는 늘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해 '생존왕', '잔류왕'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살아남는다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팬들도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안석훈(43) 씨는 "2003년 인천 창단 후 사적인 일을 제외하면 늘 경기장에 있었다. 이렇게 애정이 있는 구단이 강등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라며 잔류를 애타게 기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전환, 유관중 경기가 이뤄졌다. 경기장 안에서 비말이 나오는 소리 지르기가 허용되지 않아 박수만 쳐야 했고 팬들은 '무언의 응원'으로 대답했다.

전반 43분 이동준에게 실점했지만, 인천 팬들은 괜찮다고 다독였다. 후반 시작을 앞두고 구단가인 부활의 '새벽'이 나오자 일제히 핸드폰 불빛으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효과가 있었다. 29분 김대중, 30분 정동윤의 연속골이 터졌다. 경기장은 난리가 났다. 부산 선수단과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인천에 시선이 향해 있었다.

결국 팬들의 격문은 통했다. 2-1 승리, 주심의 종료 호각이 울리자 눈물을 쏟아내는 팬들이 많았다. 꼴찌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부산과 성남에 승점 1점 차로 줄였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는 31일 FC서울과의 최종전이다. 이기면 잔류를 확정한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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