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고교야구에서 포수와 투수 최대어로 꼽힌 장안고 손성빈(왼쪽)과 강릉고 김진욱이 마침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최근 목동구장에서 만난 둘은 영락없는 열여덟 소년처럼 아웅다웅하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목동, 한희재 기자
-롯데행 ‘신인 배터리’ 손성빈과 김진욱
-‘2002년생 세대’ 등장 알릴 특급 유망주
-“롯데 우승하는 날, 함께 포옹하고 싶어요”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네 생일이 1월이라고? 난 월드컵 막 끝날 때 태어났는데.”

최근 ‘90년생이 온다’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성장해, 무엇에도 주눅 들지 않는 1990년대생 사회 초년병들의 독특한 성향과 삶의 애환을 다룬 이 책은 2020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출범 40주년을 앞둔 프로야구 KBO리그 역시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특급 유망주들이 즐비한 ‘2002년생 세대’의 데뷔다.

2002한일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시절 태어나 어느새 성인식을 앞둔 고교 졸업반 가운데 일찌감치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은 예비 거인들이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나란히 입은 장안고 포수 손성빈(18)과 강릉고 좌완투수 김진욱(18)이다.

손성빈과 김진욱은 8월과 9월 열린 KBO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과 2차지명에서 롯데의 첫 선택을 받고 그토록 그리던 프로의 세계로 발을 디디게 됐다.

▲ 인터뷰 도중 밝게 웃고 있는 손성빈(왼쪽)과 김진욱. ⓒ목동, 한희재 기자
제48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목동구장에서 최근 만난 동갑내기 친구들은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눈치였다. 이유는 하나. 초등학교 시절 처음 만난 뒤 줄곧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다가 드디어 한솥밥을 먹게 됐기 때문이다.

여느 열여덟 소년들의 대화처럼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손성빈과 김진욱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함께 기뻐해준 친구들한테 소고기 쐈어요”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나?

손성빈(이하 손) : 올 시즌이 한창일 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전국대회 출전은 끝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운동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힘들다(웃음). 학교 수업을 마치면 저녁 9시 때까지 웨이트트레이닝과 지난해 받은 팔꿈치 수술 재활 운동을 소화하고 있다.
김진욱(이하 김) : 1~2학년 후배들을 도와주면서 지내고 있다. 나 역시 공식경기 등판은 마쳤다. 대신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능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의 마음일 것 같다.
손 : 큰 시험을 치른 기분이다. 1차지명을 앞두고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 꼭 가고 싶었던 롯데의 부름을 받아 정말 기뻤다. 이후에는 정말 재밌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긴장도 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
김 : 동료들이랑 야구부 숙소에서 TV로 2차지명을 함께 봤다. 마음속으로 조심스럽게 기대는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내 이름이 불리니 정말 기뻤다. 요새는 잠들기 전이면 ‘프로 마운드를 밟으면 어떤 느낌일까’ 혼자 상상하곤 한다, 하하.

-친구들에게 한 턱 냈다고 들었는데.
김 : 친구들이 소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소고기를 쐈다.
손 : 나도 친구들이 사 달라고 하는 것 다 사고 있다. 그런데 진욱이가 소고기 샀다고 하니까 조금 부담이 된다(웃음).
김 : 와, (손)성빈아. 좀 사라!

▲ 롯데의 1차지명을 받은 장안고 포수 손성빈. ⓒ한희재 기자
손성빈과 김진욱은 올해 고교야구에서 일찌감치 포수와 투수 최대어로 꼽혔다. 신장 186㎝·체중 92㎏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손성빈은 올해 12경기에서 타율 0.359(39타수 14안타) 1홈런 10타점 9득점 장타율 0.590 OPS 1.090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투수 리드가 뛰어나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롯데의 안방 고민을 덜어줄 적임자로 꼽힌다.

고교야구 최정상급 투수로 꼽힌 김진욱은 당장 프로 무대에서 통할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구속 150㎞의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일품. 현재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왼손투수가 없는 롯데로선 김진욱의 영입이 반갑기만 하다.

◆“어릴 적부터 뛰어났던 성빈이, 제가 못 다가갔죠”
-둘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손 : 나는 성남 희망대초, 진욱이는 수원 신곡초를 다녔다. 그런데 두 학교 감독님들께서 친하셔서 연습경기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알게 됐다.
김 : 성빈이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정말 잘했다. 그래서 친하게 못 지냈다. 내가 쉽게 못 다가갔다.
손 : 진욱이는 어렸을 때 야수로 주로 뛰었다. 나보고 잘한다고 하는데 진욱이도 정말 잘했다. 괜히 겸손한 척을 하는 거다.

-그런데 사실은 둘이 한 살 차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손 : 아, 내가 사실 2002년 1월생이라 초등학교를 1년 먼저 들어갔는데 초등학교 때 유급을 해서 1년 늦게 중학교로 진학했다. 그러면서 2001년생이랑 2002년생 모두 친구로 지내게 됐다. 물론 진욱이와도 친구다.
김 : 1월생이라고? 나는 7월생이데. 형은 형이네, 하하. 나는 월드컵 끝나자마자 태어났는데.

-서로가 보는 김진욱과 손성빈은 어떤 선수인가.
손 : 진욱이는 일단 투구폼이 예쁘다. 모두가 쳐다볼 만큼 역동적이기도 하고. 그런데 구위까지 뛰어나다. 그리고 정신력과 자부심이 강하다. 보통 프라이드가 아니다.
김 : 성빈이는 수비만 하기에도 힘든 포수인데 방망이를 잘 친다. 어깨도 좋고. 두루두루 장점이 많은 친구다.

-단점을 말해준다면?
김 : 성빈이도 내 공은 못 치지 않을까? 내가 이긴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도 한두 차례 정도 만났는데 안타는 맞지 않았다. 겨우 땅볼 정도? 하하.
손 : (김진욱을 쳐다보며) 어이가 없다. 내가 당연히 이긴다. 진욱이는 공이 직구랑 슬라이더뿐이라 충분히 칠 수 있다.

▲ 롯데의 2차지명 1라운드 선택을 받은 강릉고 좌완투수 김진욱의 투구 장면. ⓒ한희재 기자
롯데는 최근 2021년도 신인선수 계약 완료를 발표했다. 1차지명으로 택한 손성빈에겐 계약금 1억5000만 원, 2차지명 1라운드로 선발한 김진욱에겐 계약금 3억7000만 원을 안겼다. 다만 2차지명 2라운드로 호명한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18)에게 이들보다 많은 5억 원의 계약금이 주어지면서 후순위로 갈수록 계약금이 늘어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손성빈과 김진욱은 모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우승 배터리 이룰 수 있겠지?”
-곧 성인이 된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을 텐데.

손 : 나는 사실 학생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막상 고등학교를 졸업하려니 아쉽다. 학생야구도 이제 끝이고…. 이제 프로로 가면 고등학생 때처럼 마냥 재밌게 야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그렇다.
김 : 성빈이는 고등학교 때 얼마나 즐겼길래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3년 동안 강릉에서 갇혀 있어서 생각이 다르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아, 머리카락은 지금 기르고 있는데 완전히 기르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손 : 우리 장안고는 올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멤버로 구성됐다. 그런데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정말 아쉽다. 우승하고 졸업했어야 했는데….

-8월 대통령배 때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울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손 : 아, 그 이야기만큼은…. 나도 모르겠다. 나에게 화가 나서였는지, 우승을 못해서였는지. 아쉬운 마음이 커서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김 : 나는 당당하게 우승해서 울지 않았다. 성빈이처럼 우는 타입은 아니라 우승하고도 울지는 않았다.

-얼마 전 사직구장을 함께 찾았다고 하던데.
김 :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선배님들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사직구장을 갔다. 어릴 적부터 롯데팬이라 종종 갔었는데 관중이 아닌 선수로 들어가니까 느낌이 다르더라. 속으로 ‘내가 진짜 프로선수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 : 허문회 감독님이랑 선배님들을 처음 뵀다. 감독님께선 “잘 준비하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선배님들 중에선 노경은, 김원중 선배님만 먼발치에서 뵀다. 그런데 하나 놀란 점이 있다. 김원중 선배님께서 너무 잘생기셔서 깜짝 놀랐다. 식당에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잘생김을 넘어서 예쁘기까지 하시더라.

▲ 롯데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손성빈(왼쪽)과 김진욱. ⓒ목동, 한희재 기자
-이제 연말부터 롯데 선수단으로 정식 합류한다. 선배들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손 : 신인답게 뛰겠다. 선배님들께서도 나를 마음껏 굴려주셨으면 좋겠다. 또, 1차지명으로 입단한 만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선수로 성장하겠다.
김 : 막내인 만큼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뛰겠다. 또, 빨리 1군 무대에서 팬들게 인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둘의 배터리 조합을 기대해도 될까.
김 : 나는 가끔 포수 사인을 잘 따라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꼭 그때마다 안타를 맞더라. 롯데로 가서는 성빈이 말을 잘 따르겠다.
손 : 진욱이와 반대로 나는 투수가 내 사인대로 던졌다가 안타를 맞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프로로 가선 더 많이 연구하고 준비해서 진욱이가 나를 믿을 수 있도록 하겠다.
김 : 성빈아, 너 매일 내 공 받아야 된다.
손 : 당연하지. 아 그리고 롯데가 아직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없다고 들었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꽤 오래 됐고…. 진욱이와 내가 우승의 순간 함께 배터리를 이루는 장면을 상상하면 벌써 설렌다. 그때 꼭 진한 포옹을 해보고 싶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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