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파이의 아내' 기자회견.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물론 양심적 목소리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난 각오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영화 '스파이의 아내'로 일본 군국주의의 비극 731부대를 다룬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말이다. 

26일 오후2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스파이의 아내' 온라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본 현지에 있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실시간으로 접속, 화상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스파이의 아내'는 태평양전쟁 직전인 1940년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물이자 멜로드라마. 남편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이 사업차 갔던 만주에서 일본 731부대의 만행을 목격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한 뒤, 그 뜻에 동참 기꺼이 '스파이의 아내'가 되기로 한 여인 사토코(아오이 유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1940년 일본이라는 시공간의 불안과 불온의 공기를 배경이자 주제로 삼아,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애정과 신념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완성했다.

일본 NHK에서 방영했던 스페셜 드라마를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픽션이고, 만행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영상 등을 활용해 일본 중견감독이 731 부대로 대표되는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을 용기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큐어' '밝은 미래' 도쿄 소나타' 등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은곰상)을 수상했다.

▲ 영화 '스파이의 아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처음으로 시대극을 연출했다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다루는 데 있어 "그렇게 엄청난 각오나 용기는 필요하지 았았다"면서 "역사를 그리지만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역사적 사실이 있지만 그에 반하지 않는 것이고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내게는 시대적 배경에서 서스펜스나 멜로드라마를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듣게될 지 모르지만 이를 의식하거나 큰 결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파이의 아내'를 "일본 과거사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양심적 목소리로 해석해도 되겠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면 그 대로 기쁜 일"이라면서도 "숨겨져 있던 일을 새로 드러내는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알려진 사실에 의거해 성실하게 그리고자 했다"고 답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 군국주의 과거사란 "소재 자체가 금기나 터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까운 과거를 다루면 아무래도 실존인물, 과거에 기반해야 해 주저해야 하는데 나는 완전한 픽션을 다뤘다"고도 말했다.

▲ 영화 '스파이의 아내'.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스파이의 아내'는 스파이가 아닌 아오이 유우가 연기하는 그 아내가 중심에 있다. 오리지널 대본을 쓴 하마구치 류스케('아사코' 감독), 노하라 타다시의 설정이었다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아내가 중심에 오면서 시대적 배경의 오락영화에서 현대와 시대의 관계를 반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탁월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극중 사랑을 맹신하며 또 그 때문에 흔들리기도 하는 여주인공 사토코 캐릭터를 두고 "사랑으로 흔들리는 여성은 저는 절대 못 그린다. 유령을 무서워하는 여성이라거나 살인귀를 보고 무서워 도망가는 여성은 잘 그리지만 저는 잘 못한다. 그런 점에서 하마구치 류스케가 만든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영화 '스파이의 아내'. 제공|부산국제영화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아오이 유우에 대해 "평상시에는 굉장히 온화한 분인데 촬영 현장에서는 요구가 있을 때 이해가 빠르고 그것을 완벽하게 연기해내는 분이다. 스태프, 같이하는 배우들에게도 신경쓰고 배려하는 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영화 속 대사는 현대는 쓰지 않는 1940년대 옛 일본어. 감독은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 등도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며 기쁘게 임해줬다. 평소 준비가 잘 돼있고 영화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하고 오랜 영화도 많이 접하며 지식과 정보, 소양이 있었기 때문에 수월했다"고 귀띔했다.

▲ 영화 '스파이의 아내'. 제공|부산국제영화제.
그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사토코가 조카를 찾아 여관을 방문하고 봉투를 받는 순간을 꼽으며 "그 전에는 보통의 여성이었다가 그걸 건네받으면서 굉장한 것을 짊어지게 되는 장면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장면일지 몰라도 그걸 표정으로 보여줬다. 정말 잘하는 배우구나 하고 느꼈다"고 감탄했다.

한편 지난 21일 개막한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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