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윤환 카카오TV 오리지널 스튜디오 제작총괄. 제공|카카오M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오윤환 카카오TV 오리지널 스튜디오 제작총괄은 야심차게 출범한 카카오TV의 콘텐츠를 책임지고 있다. 막강한 자금, 경험많은 인력을 내세워 그린 모바일 숏폼콘텐츠의 큰그림은 예능 콘텐츠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갈 게 틀림없다. 

오 총괄은 MBC에서 '일밤-뜨거운 형제들' '황금어장-무릎팍 도사'를 연출했고, 2014년에는 JTBC로 이적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비긴 어게인' 등을 연출한 19년차 베테랑이다. 그가 김민종 박진경 권해봄 권성민 문상돈 PD 등과 함께 준비한 콘텐츠들은 지난 9월 일제히 서비스를 시작,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예능대부 이경규의 디지털 콘텐츠 도전 '찐경규', 캐릭터 서바이벌 '내꿈은 라이언'을 비롯해 매일 아침 배달되는 '카카오TV모닝'(뉴팡, 톡터뷰, 개미는 오늘도 뚠뚠, Yo너두, 밤을 걷는 밤) 등이 그것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자유 아래 섭외부터 구성까지, 남다른  때깔을 자랑한다. 오 총괄은 "과해야 발칙한 건 아니다"며 "빠르게 변하는 상황 따라 모든 걸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 

-직접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스튜디오 제작총괄을 맡았다.

"그 일이 재밌을 것 같았다. '찐경규' CP를 맡고 있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하나 뿐만 아니라 전체 톤을 잡고 하는 일도 재미있다. 연출과는 또 다른 재미다. 마흔다섯에 19년차 연출이자 PD긴 하지만 색다른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게 하고 있다."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나.

"다른 종류의 일하는 방식인 거다. 축구로 치면 선수였다가 지금은 감독이 된 셈이다. 같이 있는 박진경 김민종 PD 등은 선수면서 플레잉 코치랄까. 골 넣고 드리블하는걸 좋아했지만 느낀 거다. '얘들이 잘하는 것 같아.' 내가 잘하는 건 판 깔고 사람 모으는 것이고, 감독 역할도 재밌겠다 싶을 때 카카오M에 왔다. 무리뉴 감독이 그랬나, 내가 호날두에게 슛하는 방법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팀이 굴러가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너보다 잘한다'는 생각 절대 안한다. 자막 한 줄을 써도 '네가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콘텐츠 방향은 어떻게 설정했나.

"짧은 디지털 콘텐츠라고 해서 쉽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게 중요했다. 한 마디로 고퀄! 섭외도 구성도 때깔도 마찬가지다. 그런 걸 전사적으로 맞춰간다. 같은 콘텐츠도 플랫폼 따라 다르게 보이지 않나. 카카오TV가 잘 큐레이팅 된 괜찮은 콘텐츠가 몰려있는 곳, 가장. 재밌고 볼만하고 퀄리티도 있는 콘텐츠가 있는 곳이 되길 바랐다. 스펙트럼은 좁게 잡지 않았다. 1020이 타깃이라 해서 그쪽만을 공략해선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기 어려우니까, 스튜디오로서 좁은 타깃만 공략해선 안된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범 이후 약 2달. 평가는 어떤가.

"초반이니까. 잘 안된 건 아니지만, 대박이라고 하긴 어렵다. 노출, 반응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콘텐츠 하나하나 봤을 때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다. 긴 호흡으로 2~3년을 두드려야 한다고 본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하다보면 자리를 잡지 않을까. 제 지론이 갑자기 변하는 건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만드는 피디들은 다르겠지만 저는 애초에 시행착오도 있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좌뇌가 이성, 우뇌가 감성이라면 저는 우뇌가 멋진 창작물을 만들게 하는 좌뇌 쪽이랄까. 그간 선배들의 보살핌 속에서 재밌게 PD생활을 했는데, 저도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이 최대한 할 수 있게 하려 한다. 그래야 스튜디오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까 한다."

-기존 TV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스타들도 흔쾌히 움직였나.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연예인들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믿을만한 PD들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섭외가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 섭외란 기획안을 보여주고 설득하는 과정인데, 사실 항상 하는 과정이다. 흔쾌히 하신 분들이 더 많았다. 감사하게 같이 할 수 있었다."

▲ 오윤환 카카오TV 오리지널 스튜디오 제작총괄. 제공|카카오M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여느 디지털스튜디오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언어나 묘사 등에서 TV에서 봐도 되겠다 싶을 만큼 등 정제된 느낌이 난다.

"이곳의 여러 PD가 TV에서 일하다 왔다. 항상 불특정 다수의 대한민국 시청자들에게 결과물을 보여주던 PD가 와 있어서 그럴까. 디지털의 자유가 있고 심의의 제약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걸 막 넣는 성향은 아니다. 과해야 발칙한 건 아니다. 욕을 하거나 불쾌한 장면이 나와야 자극적이고 발칙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생각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연령층을 염두에 뒀다고 언급했는데, 그런 점이 결과적으로 카카오TV 콘텐츠의 차별화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에게 보여줘도 되겠다 안심되는 디지털 콘텐츠가 많지 않으니까.

"심정적으로는 15세 관람가를 넘기지 말자고 한다. 카카오톡 자체가 전연령대가 쓰기 때문에 욕설, 19금 콘텐츠 등은 할 수 없다. 통용되는 TV 수준인 셈인데,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렇게 그렸다기보다는 기본적 공감대가 있었다. 물론 앞으로 노선 따라서 변할 수는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슬아슬하거나 도발적이고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도 안전장치가 있다. '카카오TV모닝'의 '주식은 오늘도 뚠뚠' 경우 콘텐츠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면 안되지 않나. 방송 2주 전 찍으니 이미 지난 일이 되는 식이다. '뉴팡' 외에는 방송 약 1주 전까지는 완제를 마치고 모니터를 거친다."

-아침시간 콘텐츠가 배달되는 느낌의 '카카오TV모닝' 등 콘텐츠의 시간별 공략, 세로형 콘텐츠도 반응이 좋다. 카카오 차원의 빅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인가.

"그런 걸 요구한 건 아니다. 자체적으로 한 것이다. 플랫폼과 콘텐츠는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아무때나 볼 수 있고 본방사수 개념이 필요없다. 아침에 콘텐츠를 받아 출근길에 짧게 보고 이후 언제라도 볼 수 있는 방식을 생각했다. 또 TV라면 세로로 틀면 안된다. 처음 세로형으로 한다고 했을 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빅데이터를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다기보다는, 달라진 미디어, 콘텐츠 소비 환경에 맞춰 나온 결과물이다."

-카카오TV 외 다른 콘텐츠 중 최근 눈여겨본 것이 있다면.

"워낙 많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 중에서도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인상적이었다.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갔다고 하지만 그 힘을 강렬하게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빠르게 세상이 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PD생활을 처음 시작한지 20년도 안 됐는데 점점 더 빨리 변하고 있다. 그래서 무엇이 어디서 터질지, 더더욱 쉽지 않다. 방송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황은 늘 변할 수 있다. 늘, 다 열어두고 있으려 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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