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박지선 빈소. 제공| 사진공동취재단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고(故) 박지선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

5일 오전 9시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개그맨 박지선 모녀의 발인이 엄수됐다. 당초 11시 발인 예정이었으나 조용히 두 사람을 보내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2시간 앞당겨 발인이 진행됐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두 사람은 인천가족공원으로 옮겨져 영면에 든다.

이날 발인에는 유족들과 고인을 아끼던 박미선, 박성광, 허경환, 신봉선, 김지호, 김기리 등 연예계 선·후배, 동료들이 모여 고인과 갑작스러운 작별을 애통해했다. 이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이들은 오열 속에 박지선과 모친을 보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속 박지선을 보며 이들은 울음만 토해내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운구 차량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고인이 생전 활발히 활동을 펼쳤던 KBS를 거쳐 장지인 인천가족공원으로 향했다. KBS는 박지선이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곳이자, 친정 같은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방송한 곳이다. 

▲ 박지선. 제공| 제천시
박지선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부친이 두 사람 모두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부친이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두 사람 모두 숨진 상태였다. 박지선은 평소 앓던 질환으로 치료 중이었다.

당초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선의 자택에서 모친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 1장 분량의 유서성 메모를 발견했고, 유족도 부검을 원하지 않으면서 부검 없이 장례를 치렀다. 메모의 자세한 내용은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딸을 혼자 보낼 수 없다"는 애통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선 모녀의 믿을 수 없는 비보에 연예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 고인은 평소 밝고 따뜻한 성품으로 큰 웃음을 주며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또한 사망 얼마 전까지 방송 활동 외에도 가수 쇼케이스, 드라마·영화 행사 MC를 도맡는 등 전방위 활약을 펼쳐왔던 만큼 이번 비보는 더욱 갑작스러웠다.

▲ 고(故) 박지선. ⓒ곽혜미 기자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생전 미담이 뒤늦게 공개되기도 했다. 박지선에게 중학생 시절부터 무려 8년간 도움을 받았다는 한 대학생은 "박지선은 제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준 사람"이라고 박지선의 미담을 알리고 싶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 대학생은 박지선의 가까운 친구였던 국어 교사의 제자였다. 국어 교사는 이 학생의 어려운 사정을 딱하게 여겨 사비로 생활비, 학비 등을 도왔지만, 교사 역시 가정 환경이 넉넉하지 않았고, 결혼 준비까지 하면서 오래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이때 친한 친구였던 박지선이 두 사람의 사연을 알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심지어 이 학생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도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 게 본분'이라며 꾸준히 지원해 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도왔던 국어 교사가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박지선 역시 세상을 떠나게 돼 애통한 심경을 고백했다. "박지선은 제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우쳐줬다"며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인생 선배이신 박지선에게 왜 나는 힘이 돼 주지 못했을까. 진짜 죄송하다"고 절절한 심경을 밝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 고(故) 박지선. ⓒ곽혜미 기자
박지선의 빈소에는 박정민, 박보영, 유재석, 지석진, 정세운, 송은이, 김숙, 안영미, 장도연, 홍석천, 조세호, 박성광, 김원효, 정경미, 김민경, 허경환, 고경표, 서현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다녀가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발인 전날인 4일에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가 고인을 애도하기도 했다. 박지선은 지난해 '유퀴즈'의 팬이라며 게스트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출연 당시 밝은 미소로 "제가 항상 남들보다 늦다"고 고민을 토로한 박지선을 향해 '유퀴즈'는 "늦는 게 고민이라던 당신은 비록 우리 곁을 일찍 떠나갔지만 가슴 깊이 오래도록 존재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박지선은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독특한 개성과 따뜻한 위트로 사랑받았다. 데뷔와 함께 'KBS 연예대상' 신인상을 받았고 2008년 우수상, 2010년 최우수상을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2012년에는 'SBS 연예대상'에서 라디오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도 각종 쇼케이스, 제작발표회 등을 진행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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