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를 모았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하지만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도 오르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선수 면면만 보면 우승후보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지난 시즌 개막 전만 해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동부 콘퍼런스 상위 시드가 유력해보였다. 이미 올스타 레벨로 올라선 조엘 엠비드, 벤 시몬스의 성장 속도에 따라선 우승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었다.

두 선수에게만 의존한 로스터도 아니었다. 올랜도 매직, LA 클리퍼스에서 1옵션으로 활약한 토바이어스 해리스를 장기 계약으로 잔류시켰다. FA 시장에선 엠비드와 짝을 이룰 빅맨 알 호포드를 데려왔다. 리그 수준급 3&D로 평가받는 조시 리차드슨도 트레이드를 통해 필라델피아에 가세했다.

시몬스-리차드슨-해리스-호포드-엠비드로 이뤄진 선발라인업은 화려했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먼저 시몬스의 외곽슛 부재가 컸다.

시몬스는 분명 리그 정상급 포인트가드다. 키 208cm에 운동능력과 볼 핸들링, 패스, 시야 등이 모두 뛰어나다. 속공상황에서 시몬스는 알고도 막기 힘든 존재다.

다만 가드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슛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데뷔 시즌 포함 시몬스가 NBA에서 시도한 3점슛은 24개에 불과하다. 성공개수는 2개로 3점슛 통산 성공률이 8.3%다. 자유투 역시 통산 성공률 59.3%로 불안하다.

슛이 없으니 시몬스를 막는 수비수는 대놓고 외곽을 버리고 골밑으로 처지는 수비를 한다.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 필라델피아는 답답한 공 흐름을 보일 수밖에 없다.

기대했던 엠비드-호포드 조합도 실패했다. 호포드는 필라델피아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다. 개인득점도 데뷔 1, 2년 차를 제외하고 커리어 로우(평균 11.9득점)를 기록했다. 해리스 역시 비싼 몸값(5년 1억8000만 달러)에 비해 영향력은 낮았다.

▲ 조엘 엠비드와 벤 시몬스(왼쪽부터). 기대를 접기엔 가진 재능이 너무 뛰어나다.
무엇보다 시몬스, 엠비드, 리차드슨 등이 돌아가며 다쳤다. 시몬스는 무릎 부상 여파로 시즌 재개 후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동부 콘퍼런스 6위,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시즌 종료 후 필라델피아 프런트는 바쁘게 움직였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고액의 장기 계약으로 묶여있기에 로스터 변화는 쉽지 않았다. 대신 LA 클리퍼스를 이끌던 닥 리버스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고 휴스턴 로케츠에서 확실한 팀 색깔을 구축한 대럴 모리를 단장을 영입했다.

특히 모리 단장이 필라델피아에서 어떤 농구를 보일지 팬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모리 단장은 극단적인 스몰볼과 3점슛 농구로 휴스턴을 서부 강팀으로 만들었다. 비록 우승까진 가지 못했지만 높이로 대변되는 기존 농구의 정의를 바꿔버렸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까지 빅 라인업을 사용했던 팀이다. 휴스턴과는 정반대의 선수 구성이다. 팀의 중심이 되는 시몬스는 모리 단장이 추구하는 스몰볼에 맞지 않는 조각이기도 하다.

▲ 대럴 모리 단장.
모리 단장은 필라델피아 선수들에게 억지로 스몰볼을 강조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3일(한국 시간) 화상 기자회견에서 틀에 박힌 농구가 아닌 기존 선수들의 재능을 살리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제 목표는 필라델피아의 우승입니다. 저는 필라델피아 로스터를 보고 놀랐습니다. 시몬스와 엠비드가 있고 호포드, 리차드슨, 해리스 등 능력 있는 선수들이 넘치기 때문이죠. 또 파이널 우승을 경험한 리버스 감독도 있습니다. NBA 우승을 위해선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어떻게 활용시킬지 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선수들의 재능을 특정 시스템에 넣는 게 아니라 기존 실력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합니다. 리버스 감독이 선수들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들 겁니다."

우승을 선언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동부만 해도 가시밭길이다. 지난 정규 시즌 리그 1위 팀인 밀워키 벅스, 파이널 준우승 팀 마이애미 히트, 케빈 듀란트가 부상에서 돌아온 브루클린 네츠, 제이슨 테이텀의 보스턴 셀틱스, 지지난 시즌 챔피언 토론토 랩터스 등 필라델피아가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필라델피아는 오랜 탱킹 끝에 시몬스+엠비드 조합을 손에 넣었다. 그동안 이 조합으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다면 다가오는 시즌엔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치열한 동부 전장 속에서 필라델피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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